[기고] 청소년의 행복이 미래 국가 경쟁력이다
지난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5 학생 웰빙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한국 청소년들의 ‘평균 공부시간’ 및 ‘성적에 대한 압박감’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인 반면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보고서는 웰빙을 학생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심리적, 인지적, 사회적, 육체적 차원의 기능 및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미래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 크다.

무엇이 우리 청소년들을 불행하게 할까. 무엇보다도 과도한 경쟁지향적 주입식 교육방식을 들 수 있다. 주입식 교육은 많은 양의 지식을 짧은 기간에 습득시키는 데 탁월하다. 우리는 그동안 주입식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적자원을 다량으로 배출했고 이들은 산업화시대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일류대 진학에만 목을 매는 암기식·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 및 과도한 사교육으로 특징지어지는 우리 교육이 다수의 행복하지 못한 학생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보고서도 한국만이 학습시간이 긴 학생이 성취도가 높고 만족도 역시 높은 유일한 나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행복은 성적순’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우리의 교육방식이 더 이상 국제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세계는 인공지능·로봇기술·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제조업도 과거의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신속생산’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신기술의 등장은 청소년들의 미래 직업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자동화와 기술발전으로 조만간 많은 직업이 소멸하고 새로운 직업이 창출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 개개인이 암기한 기성세대 지식은 별 의미가 없다. 청소년들은 오랫동안 살면서 평생 새 기술을 배우고 로봇, 인공지능과 경쟁하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과 창의력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글로벌 경제를 주름잡는 기업들의 문화가 이런 변화를 웅변하고 있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Imagine the unimaginable)’를 모토로 내세운 애플과 구글이 인터넷 시대의 대표 기업이 됐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은 ‘전통을 뒤집는 새로운 방법’을 강조한 마윈의 경영철학 아래 국제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인으로 부상했다.

창의성은 흥미에서 시작된다. 창의력은 여유와 관조의 산물이다. 공부와 여가의 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또 창의성은 서로 다른 인식과 경험의 충돌에서 나온다.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타문화와 접촉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식과 경험을 갖게 할 때 청소년의 꿈과 창의력은 성장한다.

세계 많은 나라는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비해 발 빠르게 교육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사, 학부모 및 정책 담당자들의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청소년들의 성적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교육환경과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역사상 가장 어려운 경제적, 전략적 환경을 극복하고 다방면에서 개혁을 이뤄야 하는 시점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개혁을 통해 청소년이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박희권 < 주스페인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