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최근 한 행사에서 “수출이 늘고 있지만 공장 증설과 채용 확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수출 물량에 맞춰 고용을 유연하게 끌고 갈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새 정부 시책인 일자리 확대에 호응하고 싶어도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비정규직 논란이 많은 반면, 유럽은 노동시장이 유연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박 사장의 지적은 세계 자동차생산 순위에서 한국이 왜 계속 추락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의 신차 생산량은 2015년만 해도 455만 대로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22만 대로 줄면서 인도(448만 대)에 밀려 6위로 떨어졌다. 올해에는 멕시코에도 추월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완성차 회사들이 신규 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공장 신설은커녕 증설조차 꺼리고 있으니 국내 생산이 늘어날 도리가 없다.

자동차는 전후방 산업 간 연관 효과가 크고 고용도 많은 전략산업이다. 그런 자동차산업의 국내 생산이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해외생산의 가파른 증가는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비롯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등을 떠민 측면이 크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GM은 어제 승용차 생산을 줄이기 위해 미시간주 워런공장 직원 600명 중 절반 정도를 해고하기로 했다. 정부 시책에 따라 사내하청 근로자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판인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고용유연성이다. 르노삼성차의 고민을 새 정부는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