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휴대폰 지원금(보조금) 상한제를 규정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제4조 1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4년 10월 영산대 법률학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청구인들이 지원금 상한제가 소비자의 계약의 자유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거스른다며 제기한 헌법 소원에 대한 선고다. 사건이 접수된 지 2년8개월 만이고, 규제 일몰시한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다.

그동안 단통법이 반(反)시장적 조치라는 비판이 거셌던 만큼 헌재 선고 결과는 유감스럽다.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에 대해 이제야 결정을 내린 점도 그렇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지원금 상한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과도한 지원금 경쟁을 막고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해 이동통신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했다. 어쩌면 헌재는 지원금 상한제 일몰 시한이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굳이 사법권이 개입해 얻을 실익이 있느냐고 판단했을지 모르겠지만, 계약의 자유 문제를 제기할 만큼 소비자가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단통법이 시행되자마자 법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는 건 누구보다 소비자가 잘 안다. 졸지에 모든 소비자가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호갱(호구고객)’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더구나 없어질 거라던 차별은 더 은밀히 숨어들었을 뿐이다. 해외 소비자는 자유롭게 보조금을 받는데 국내 소비자만 ‘봉’이냐는 또 다른 차별 논란도 생겼다.

단통법이 출발부터 비정상이었다는 사실이 헌재 합헌 결정에 가려져서도 안 된다. 정부가 법을 기획하면서 규제심의 절차 등을 피하자는 꼼수에 다름 아닌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돼 국회를 통과한 단통법이다. 발의 의원조차 제대로 따져봤을 리 없다. 그 결과 초래된 시장 왜곡은 누가 책임지나.

통신시장은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원금 상한제를 앞당겨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건 그런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경쟁을 촉진하면 다 해결될 것을 정부가 굳이 개입해 망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