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전거 타며 멍 때리기
나는 자전거 마니아다. 국회에 들어온 지난 1년 동안 좀처럼 짬을 낼 수 없어 자전거를 탄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갖고 있는 자전거도 소박하기 이를 데 없어 마니아란 표현이 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전거에 대한 애정만큼은 마니아급이다.

두 발로 걸으면 느리게 변하는 경치를 온전히 음미할 수 있다. 자동차 드라이브는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는 걷기와 드라이브를 절충한 하이브리드다. 내 자전거는 비포장도로에서 힘을 발휘하는 산악자전거를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자전거이니, 나는 여러모로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나 보다.

내 단골코스는 남한강·북한강변이다. 경기 양평군 양수리(두물머리)에 도착하면 북한강과 남한강의 기로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최근에는 남한강을 선택해 북한강철교를 건너 양평읍까지 갔다. 양평군립미술관에서 인증 스탬프를 받은 후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건 자전거 여행의 덤이다. 군립미술관이 이런 컬렉션을 갖고 있다니 역시 지방자치가 필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조안리 부근 카페에서는 반전 매력을 경험했다. 간판에 ‘한식’과 ‘커피’가 적혀 있고 유리로 된 현대식 구조물과 고즈넉한 한옥이 있었다. 당연히 한식은 한옥, 커피는 현대식 구조물이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상식을 뒤엎는 상황이 유쾌하게 다가왔다.

남한강을 오른편으로 바라보며 갔다가 돌아올 때는 왼편에 끼고 달리는 대칭의 라이딩도 좋지만 자전거로 간 길을 전철로 빠르게 복기하는 비대칭 이동도 좋다. 양평역에서 팔당역까지 자전거 칸이 있는 경의중앙선을 탔다. 사람뿐 아니라 자전거까지 태워준 요금으로 1550원을 내고 내리니 코레일에 빚진 기분이다.

역을 빠져나오며 자전거 스팀세척을 했다. 저렴한 요금을 받고도 비누칠, 기름칠을 하며 너무도 열심히 작업하는 분에게 감동을 받았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조금 더 권리를 누리고 행복할 수 있는 나라,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다짐을 해 보는 순간이었다.

나에게 자전거는 힐링 그 자체다. 머릿속에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위 ‘멍 때리기’를 통해 두뇌를 비우고 생각의 회로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자전거는 내게 그런 시간을 선사해준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며 지방자치의 기능과 노동 가치도 되짚어 보게 되니, 의정활동에 필요한 육체적 에너지뿐 아니라 정신적 자산도 얻는 셈이다.

박경미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kparkmath@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