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한시] 우협탄금구(右脇誕金軀) 구룡분향수(九龍噴香水)
[생각을 깨우는 한시] 우협탄금구(右脇誕金軀) 구룡분향수(九龍噴香水)
2010년 가을 ‘한·중·일 불교대회’ 참석차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영산범궁(靈山梵宮)을 찾았다. 입구에는 청동으로 만든 아홉 마리 용이 하늘을 향해 물을 뿜으며 30m 높이 둥근 기둥 위의 아기 붓다를 목욕시키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잔잔한 명상음악과 함께 물줄기가 높낮이로 한동안 춤을 췄다. 이윽고 꼭대기의 연꽃봉오리가 천천히 열렸다. 그 속에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탄생불’이 서 있었다. 아홉 물줄기가 집중되는 피날레에 순례객과 관광객의 찬사가 쏟아졌다.

고대 인도의 크고 작은 나라의 모든 왕자들은 왕위에 오르기 위한 통과의례로 이마에 물을 붓는 관정식(灌頂式)을 치렀다. 카필라국 왕자 출신인 붓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당신은 제왕(帝王·정치적 지도자)이 아니라 법왕(法王·정신적 지도자)을 지향했다. 그래서 관정식은 구룡(九龍)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됐다.

구룡이란 중국식 표현으로 바꾼다면 구주(九州)라고 하겠다. 따라서 구주란 전국토를 가리킨다. 인도 전역의 9대 강물을 입에 가득 머금은 채 아홉 마리의 용이 날아왔다. 관정식을 마친 후 그 물은 다시 성수(聖水)가 돼 인도 전역을 적시며 굽이굽이 흘렀다. 강물이 마른 땅을 적시는 것처럼 법왕의 가르침은 메마른 마음땅(心地)을 적셨다. 한반도의 2561번째 ‘부처님오신날’ 관정식은 4대 강물을 합수(合水)한 물로써 사분오열된 번뇌불길을 식혀야겠다.

이 게송은 원오극근(悟克勤, 1063~1125) 선사의 ‘부처님오신날’ 축시(祝詩)의 일부다. 스님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북서쪽 펑저우(彭州)의 낙(駱)씨 집안 출신이다. 송대(宋代) 임제종을 대표하는 선지식으로 선종(禪宗)의 최고 명저로 평가되는 《벽암록》을 남겼다.

원철 <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