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증강현실 산업의 만개에 대비할 때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꼽은 10년 후의 유망직종 1위는 ‘가상현실 공간 디자이너’였다. 영화 ‘매트릭스’나 ‘아바타’처럼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살아갈 날이 머지않았음을 드러내는 예측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 CES와 모바일산업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도 최첨단 가상·증강현실 콘텐츠와 디바이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가상·증강현실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의료·제조·교육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가상현실 플랫폼 선점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

이제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감각과 인지 영역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초실감 시대’를 열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과 연계해 설계·생산·유통 과정 전반의 효율과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높은 데이터 트래픽과 고화질을 요하는 특성상 5세대 이동통신과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앞선 우리에게 가상·증강현실 시장의 활성화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 7월 ‘가상현실산업 육성계획’을 마련하고 가상·증강현실산업을 국가 전략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 생태계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가상·증강현실 콤플렉스’를 열어 융합인재 양성은 물론 벤처·창업, 마케팅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펀드 조성, 규제 개선,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도 병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가상·증강현실 시장이 지난해 22억달러에서 2025년 8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에도 가상현실 게임,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카페’가 전국에 30개 이상 개소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등 이미 시장의 자율적인 수익모델이 창출되고 있다. 정부도 시장 활성화에 탄력을 불어넣고자 지난해부터 대기업, 중소·벤처기업이 원천기술 및 콘텐츠 개발, 해외 진출까지 협력하는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성과의 하나로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형 테마파크에 개장한 ‘가상현실 동반성장실’에는 매일 3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향후 한류콘텐츠와 연계한 가상·증강현실 체험관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상·증강현실 기반의 미디어 서비스는 물론 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 초고화질(UHD)중계방송,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5대 정보통신기술(ICT) 중점기술을 세계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가상·증강현실은 스포츠 중계의 차원을 한 단계 높임과 동시에 한류 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우수한 ICT와 관광·미디어 콘텐츠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은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세계 175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ICT발전지수’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ICT 강국인 만큼 기술, 인프라와 성장잠재력이 모두 풍부하다. 이런 기반 위의 가상·증강현실은 제조·의료·국방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로 4차 산업혁명이 뻗어나가게 해줄 매개이자, 신시장 창출과 일자리 증대로 연결될 수 있는 유망 산업이다. 가상·증강현실 기술과 산업은 이제 지능정보기술과 함께 만개할 준비가 돼 있음을 모두가 인식할 때다.

최재유 <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