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한시 (30)] 협안산다수(夾岸山茶樹) 유잔완만홍(猶殘睕晩紅)
[생각을 깨우는 한시 (30)] 협안산다수(夾岸山茶樹) 유잔완만홍(猶殘睕晩紅)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이 전남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 사이에 난 오솔길을 산책하다가 떨어지는 동백꽃을 아쉬워하며 지은 시다. ‘어찌해야 비단장막을 가져다가(那將錦步障) 연화풍을 막을 수 있을까(遮截花風)’라는 두 줄을 더했다. 연화풍은 곡우 절기의 마지막 꽃소식을 알려주는 바람(花信風)이다. 이를 고비로 봄은 가고 여름이 시작된다. 이미 동백(冬栢)이 아니라 춘백(春栢)인 셈이다. 당신은 유배지 남도에서 만난 혜장(惠藏, 1772~1811) 선사와 의기투합했다. 비 내리는 봄밤에 홀연히 초당으로 찾아온 스님을 향해 ‘(동백)숲을 뚫고 횃불이 왔다(穿林一炬來)’고 할 정도로 의지했다. 횃불 역시 붉은 동백꽃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다산은 동백나무를 ‘산다수(山茶樹)’라고 했다. 동백꽃의 중국식 표기는 산다화(山茶花) 혹은 다화(茶花)다. 즉, 동백은 잣나무(栢)류가 아니라 차나무과(科)라는 사실을 문자로 증명한 것이다. 또 고려말 이규보(1168~1241) 거사는 다른 시각에서 ‘동백(冬栢)이란 이름은 옳지 않다(冬栢名非是)’고 했다. 겨울 지조의 상징인 잣나무(栢)는 푸른 잎만 가졌다. 하지만 동백은 푸른 잎은 물론 붉은 꽃까지 갖춘 화려한 모습으로서 겨울 지조를 지켰다. 따라서 동백의 지조가 잣나무 지조보다 한 등급 더 높다. 그럼에도 잣나무(栢)의 아류로 오해할 수 있는 동백(冬栢)이란 작명은 틀렸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동백이 있는 절을 춘사(椿寺)라고 한다. 춘(椿·쓰바키·つばき)은 일본식 한자다. 일본 교토 지장원(地藏院·지조우인)은 유명한 동백절(椿寺)이다. 이 사찰에는 다섯 가지 색깔과 여덟 겹의 꽃잎(五色八重)을 자랑하는 진귀한 동백나무가 있는 까닭이다. 임진란 때 조선에서 강제로 반출한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에게 진상된 것을 다시 지장원에 기탁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1992년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일부 몇 그루를 분양받아 고향인 울산지방으로 옮겨 심었다는 전언이다.

원철 <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