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원 이루기 (Make-A-Wish)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일곱 살 소년 크리스가 있었다. 크리스의 소원은 경찰관이 되는 것이었다. 어린 소년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던 평범한 이웃들이 소년의 소원을 이뤄주기로 뜻을 모았다. 애리조나주 경찰의 도움으로 크리스는 일일 명예경찰관이 돼 특별히 제작한 제복을 입고 경찰 오토바이와 헬기를 타고 순찰을 도는 체험을 통해 소원을 이뤘다. 크리스는 그 후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1980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때 크리스의 소원을 이뤄주면서 크리스가 행복해하는 모습과 크리스 가족들이 받은 감동을 목격한 자원봉사자들은 본격적으로 난치병 환아들의 ‘소원 이뤄주기’ 활동에 나섰다. 이렇게 탄생한 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은 세계 40개국에 설립돼 지금까지 총 41만5000여명 난치병 환아의 소원을 이뤄줬다. 한국에는 이 재단이 2003년 설립돼 13년 동안 총 3300여명의 환아가 소원을 이루면서 투병생활에 희망과 용기를 얻는 경험을 했다.

소원에는 진정성과 간절함, 그리고 꼭 이루고 싶은 희망이 함축돼 있다. 소원을 이룬다는 것은 삶의 큰 의미를 성취하는 것이고 반대로 소원을 이루지 못하면 절망감과 상실감으로 생활에 의욕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것은 단지 그 사람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과 생활에 희망과 활력을 주고 그 사람의 가정이 복구되고 나아가 그 기쁨이 다른 이웃에게 전파되는 가슴 벅찬 파급을 보이기도 한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룬 어린 소녀는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깊은 자기 내면의 성찰과 성숙함이 가득한 시로 주변 사람들을 숙연하게 했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사는 부모에게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다던 소년의 소원을 이루면서 그 가족뿐 아니라 결혼식에 참석한 봉사자 모두가 함께 행복한 눈물을 흘리며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너무도 실망스럽고 때론 끔찍한 소식을 수시로 접하며 산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도 살 가치가 있는 사회인 것은 힘을 모아 다른 사람의 소원을 이뤄주는 동화 같은 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 지친 사람들에게 이웃의 관심과 사랑은 커다란 위안과 희망을 준다. 우리 사회에 이웃의 아픔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나눔의 온기가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같이 행복하기’, 우리 사회의 새로운 BHAG(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가 되면 좋겠다.

박상일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sipark@hmp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