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충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한국을 동일한 차원에서 다루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음부터 재협상하자고 할 리는 없습니다. 그건 분명해요. 만약 그런다면 우리(헤리티지재단)라도 나서서 말릴 겁니다.”

지난 1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헤리티지재단 초청 미국 통상정책 포럼’ 현장. 테리 밀러 국제무역경제센터 소장과 앤서니 킴 선임연구원 등 헤리티지재단 발표자들은 한국 언론이 트럼프 정부에 대해 “너무 우려만 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보수진영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트럼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통상을 포함한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헤리티지재단 발표자들은 트럼프 정부와의 한·미 FTA 전면 재협상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곧 실현될 듯한 분위기에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은 뜻하지 않게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로 미국과의 FTA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 일본이나 미국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중국,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 결렬된 유럽연합(EU)과 비교했을 때 주요국·경제공동체와 이미 다양한 FTA를 체결한 한국의 무역 조건이 더 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탄핵 문제로 혼란스런 한국의 정치 상황에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킴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이 마련해 온 시장경제 인프라가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도 문제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현 상황은 분명히 한국에 기회”라고 강조했다.

물론 100% 안심할 수는 없다. 주요국이 잇달아 관세장벽을 쌓고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낮추려 한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홀로 영향을 받지 않을 길은 없다.

헤리티지재단에 지한파 인사들이 많지만, 정말 한국을 대변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너무 소극적으로 외부환경 변화를 두려워하고만 있다’는 그들의 메시지는 무겁게 들렸다.

이상은 국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