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지는 직업, 뜨는 직업
오프라인 여행업, 차량수리업, 보험업, 부품제조업, 투자자문업 …. 최근 파이낸셜타임스가 5~10년 뒤 완전히 뒤바뀌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목한 직업이다. 인공지능과 3차원(3D) 프린터, 전기자동차 등의 기술 발전이 이들 직업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노동부 집계를 보면 1990년에 13만2000개였던 여행사가 2014년 7만4000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행자들이 항공, 호텔, 크루즈 등을 직접 예약하는 온라인 사이트로 몰리기 때문이다. 엔진 부품이 18개에 불과한 전기차가 대중화되면 카센터 수요도 그만큼 줄어든다. 자율주행으로 사고가 줄면 보험시장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3D프린팅 활성화로 기존의 부품 제조업이 타격을 받고, 투자자문도 수수료가 저렴한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자문)가 대신하게 된다.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청원경찰이나 조세행정사무원, 은행창구직원, 경리·택배·주유원, 통신판매 접수 사무원 등도 대체 가능성 1순위다.

뜨는 직업도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을 대신할 수 없는 분야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증강현실전문가, 원격의료 서비스용 진료·교육·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원격진료 코디네이터, 보건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의료정보관리사, 정보·기술 기반의 금융기술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핀테크 전문가 등이 그렇다.

행정 조달·구매에 대해 계획과 조사·연구·진단·평가를 수행하는 공공조달지도사, 자동차 기능을 끌어올리거나 형태를 변화시키는 자동차 튜닝 엔지니어, 곤충에 대한 전문지식을 컨설팅하는 곤충 컨설턴트도 유망직종이다. 스마트폰 등으로 작물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팜 구축가, 사물인터넷(IoT) 전문가, 할랄(이슬람교도에게 허용된 제품의 총칭) 전문가 또한 미래형 직업군이다.

창의력을 생명으로 하는 감성 직종도 마찬가지다. 문인이나 화가·조각가 등 창작자, 사진작가, 지휘·작곡·작사·연주자, 애니메이션·게임 관련 종사자 등은 자동화하기 어렵다. 기술 진보와 함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3D프린팅 의류 디자이너, 헬스케어 트레이너,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 웹터테이너의 역할은 갈수록 커진다.

다행인 것은 직업의 이동 곡선이 우상향(右上向)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때문에 마차꾼들이 일자리를 잃고, 전산화 때문에 안내양들이 없어진다고 난리를 쳤지만 문명의 흐름은 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부가가치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