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 진주만의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일본 총리로선 진주만 공습 이후 75년 만의 첫 방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라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이다.

미·일 정상이 추모 연설에서 굳건한 동맹 관계를 역설한 것에 먼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는 진주만을 화해의 상징으로 언급하면서 양국 관계를 ‘희망의 동맹’으로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가장 치열했던 대립이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바뀌었다”며 “미·일 동맹은 국제 질서를 형성하고 새로운 세계대전을 막았다”고까지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이런 동맹 관계는 그냥 맺어진 게 아니었다. 아베 총리는 일본 헌법 해석을 달리하면서까지 안보법제를 강화해 자위대가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도 무기를 사용해 미국 등 타국 함선을 보호하도록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미국과 일본의 방위협력지침도 개정했다. 일본이 미군 주둔 경비를 부담하는 총액은 연간 약 7600억엔으로 동맹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 공유가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과는 혈맹이라고 하지만 한국 내 우파는 동맹을 과신하고 있고 좌파는 동맹을 경시하거나 일각에서는 부정하는 기류까지 없지 않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안보를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고, 주변국가가 주도하는 것을 그냥 구경꾼같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의 갈증이 크다”며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 환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바로 그 질문을 한국에 던질 것이다. 한·미·일 3각 동맹이라는 말을 듣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