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품질은 가장 정직한 노력의 산물
1928년 영국 런던의 한 실험실에서 미생물학자 플레밍은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접시 가장자리에서 곰팡이를 발견했다. 신기하게도 그 곰팡이들이 박테리아를 죽이고 있지 않은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기적의 항생제, 페니실린은 이렇듯 포기하지 않는 노력 속에 얻어진 우연한 발견으로 태어났다.

페니실린의 경우에서 보듯이 인류 문명의 발전은 수많은 노력과 우연, 즉 ‘세렌디피티(serendipity)’ 덕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행운을 불러오는 세렌디피티의 드라마틱한 사연에 매료된 나머지 그것이 있기까지의 땀과 눈물의 노력을 종종 잊곤 한다. 실제로 페니실린의 발견이 항생제로 만들어지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세렌디피티를 실현하는 것은 끝없는 몰입과 치열한 노력, 즉 장인정신이다. 제품의 ‘품질’ 또한 무엇보다 이런 세렌디피티의 결과 아닐까.

오늘날 품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높은 기술력과 서비스 수준, 고객들과의 신뢰를 언급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품질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기업이든 품질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고객들의 눈높이 또한 높아져 있다. 이런 시대에 단지 높은 품질만으로는 다른 제품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별화된 품질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첫째, ‘혁신’이다. 혁신이란 ‘가죽을 벗겨 새살을 돋게 한다’는 뜻이다. 가죽을 벗기기 위해서는 엄청난 아픔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혁신하는 마음으로 품질을 대하지 않는다면 곧 품질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기업현장의 품질개선 활동 또한 마찬가지다. 혁신하는 마음이 빠진 품질개선 활동은 자칫 제자리높이뛰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품질개선 활동은 그것 자체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이전보다 더 나아짐을 추구하고 성장하는 실천 그 자체다.

둘째, ‘창조’다. 창조 역시 혁신과 관련이 있다. 새롭게 거듭나는 아픔은 그것 자체로 창조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창조적인 것일까. 답은 우리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는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버스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평소 쓸모없다고 생각한 것을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변환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창조적 사고다. 기업현장에서도 이런 역발상을 응용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단순한 제작공정에서부터 사무실 공간 활용과 근무시간 조정에 이르기까지 이제 품질개선 활동은 모든 곳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소비자들은 첨단 기능을 장착한 제품들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다. 단순히 기능을 확장하고 디자인을 보기 좋게 하는 정도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없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각도에서 혁신과 창조를 통한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세렌디피티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장인정신, 응변창신(應變創新)의 혁신정신, 승풍파랑(乘風破浪)의 창조정신이 땀과 눈물로 최선을 다했을 때, 행운도 찾아오는 법이다. 품질, 어찌 보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노력의 산물 아닐까.

김규환 < 새누리당 국회의원·품질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