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구심만 키운 한미약품
“한미약품과 얀센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굳건하며, 조속한 임상 진행을 희망한다.”

8일 오전 한미약품은 이 같은 얀센 측 입장을 보도한 외신 기사를 토대로 보도자료를 냈다.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작년 말 1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당뇨·비만 신약 임상시험에서 환자 모집이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하루 만이다. 외신은 얀센의 모회사 존슨앤드존슨 대변인 말을 인용해 “한미약품의 생산 지연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약품은 전날 임상 중단이 알려졌을 때 국내 언론의 빗발친 문의에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지와의 시차 문제로 얀센 쪽과 협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외신을 통해 한미약품 측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다국적 제약사와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 발 뺐다.

한미약품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궁금증이 여전히 남는다. 주식시장에서는 며칠 전부터 소문이 나돌았다. 본지가 사실 확인 후 보도하기 직전인 7일 오전 한미약품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도 이런 소문의 영향이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얀센은 미국 임상시험정보시스템에 지난달 30일 임상 일시중단 사실을 공지했다. 얀센의 공지를 몰랐을 리 없는 한미약품이 뒤늦게 해명 공시를 하는 바람에 시장 혼란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상시험에서 환자 모집을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일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드물지 않다. 하지만 가볍게 볼 일만은 아니다. 지난 10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항암제 임상시험을 하다가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환자 모집을 일시 중단했다. 결국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거친 뒤에야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한미약품이 좀 더 일찍 ‘단순한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더라면 불필요한 시장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과 석달 전 늑장공시 등으로 곤욕을 치른 한미약품이어서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조미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