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가정폭력 근절, 시민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문화예술계를 둘러싼 성추문 사태와 직장 간부, 사회 지도층 등의 성폭력·성추행 사건으로 국민 여론이 들끓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연이은 성범죄 사건을 접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여성들이 밤길을 다니기 두렵고, 어린이들은 한낮에도 동네에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사회가 돼 버렸다.

정부는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강력한 처벌을 해왔지만 성범죄 사건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공식 범죄통계가 당국이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지한 사건만을 포함하고 있다는 한계를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하는 성폭력범죄는 일반 통계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4대 사회악 근절의 일환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한 결과 성폭력 재범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를 떠나 성폭력은 당사자에게 평생 상흔으로 남는다. 성범죄를 최소화하려면 우선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도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해 건전한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 초·중·고교에 성교육, 성상담 교사를 확대 배치해 초등학교 때부터 이성을 보는 바른 가치관 교육을 해야 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예방교육도 확대해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특히 상하관계가 뚜렷한 직장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발생 초기에는 고충 담당자의 대응과 기본 절차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 단계에서는 직원들의 예방교육 참여를 독려하고 기관 내 관련 대응 지침 등을 숙지해야 한다. 사건 인지 단계에서는 민원인 등에 의한 피해 사실을 알게 되거나 고충 상담을 받게 될 경우 신속하게 근무장소 변경, 배치 전환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피해자와의 상담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상황을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하며, 기관 내 또는 사외의 고충처리 절차 등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행위자와의 면담 단계에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고충처리 담당기구와의 협의·단계에서는 신속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밟고, 사건 지연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 진행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사건 종료 이후는 예방교육 강화 및 모니터링, 자체 실태조사 등을 통해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성폭력·가정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가족부는 25일부터 12월1일까지를 ‘관심 ON 폭력 OFF, 작은 관심으로 만드는 안전한 세상’이란 슬로건 아래 ‘2016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으로 정했다.

올해는 가정폭력방지법에 근거한 가정폭력 추방주간이 시행되는 첫해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실천 캠페인 등을 통해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기간에 성폭력과 성추행 등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최강현 < 한국성폭력예방연구소장 / 경기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