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짜 석유 판별하기
짝퉁 상품 적발과 관련한 문제가 심심찮게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짝퉁이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제조, 유통된 가짜 제품을 말하는 것으로 고가의 명품에서 정밀기계 부품까지 다양하다. 이로 인해 기업은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국가는 막대한 세수 누수의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의약품과 식품은 소비자 건강까지 위협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짜 제품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세계 무역에서 가짜 제품 비중이 2.5%에 달하고, 금액으로는 무려 53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의 1년 예산이 400조원 남짓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3년 국내 짝퉁 시장 규모가 5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많이 유통되는 가짜 제품 중 석유가 피해 규모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짜 석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만 연간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더구나 가짜 석유는 자동차 성능에도 문제를 일으켜 대형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하지만 원료 공급-제조-판매책으로 은밀하게 나뉘어 있어 적발이 쉽지 않고 단속 인력도 부족해 문제 해결이 마땅치 않다.

만일 석유 한 방울만으로 정품 여부를 손쉽게 판별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다면 가짜 석유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해 조폐공사는 보안용지 기술 중 하나로 가짜 석유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이 닿으면 색상이 변하는 용지를 개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효과가 입증되면 전국으로 확대해 가짜 석유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공사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짝퉁으로부터 자사 제품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각종 보안패턴과 보안라벨을 제공하고 있다. 돈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조폐공사의 위변조방지 기술이 짝퉁 제품 방지로까지 응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화동 < 조폐공사 사장 smart@komsc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