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AI 왓슨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유명해진 계기는 2011년 미국의 텔레비전 퀴즈쇼였다. 사흘간의 방송에서 왓슨은 역대 최강자와 74번 연속 우승자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우승했다.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최초의 컴퓨터가 된 것이다. 충격과 환호가 이어졌다. 사람의 지능을 닮았을 뿐만 아니라 속도와 정확성에서는 인간 능력을 앞섰으니 그럴 수밖에.

IBM 초대 회장(토머스 왓슨)의 이름을 딴 왓슨은 컴퓨터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몇 초 안에 말로 답했다. 앞뒤 맥락이나 의미까지 이해한 건 아니었다. 주어진 정보들의 대응관계를 통해 빠른 시간에 답을 찾는 자동화 과정을 실행했을 뿐이다. 그 정보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통째로 입력한 데이터에서 나왔다. 단답형 퀴즈에 유리한 방식이고, 인간의 입체적인 사고 과정에는 못 미치는 단계였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왓슨의 자연어 이해 능력이었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그나름의 통찰력을 얻는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다. 학습을 통해 지적 성장을 이어가는 ‘딥 러닝(심층학습)’이 가능하다는 것도 점차 알게 됐다.

왓슨은 이런 능력 덕분에 미국 민간 의료보험회사의 컨설턴트로 고용됐다. 방대한 분량의 의학정보를 토대로 몇 초 안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할 정도가 됐다. 특수질환자의 병명을 알아내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또 미국 법무법인의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 등 법률·금융·헬스케어·제조·연구개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실용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저께 IBM 최고경영자 지니 로메티는 “내년부터 200만대 이상의 GM 차량을 통해 운전자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왓슨 이용자가 곧 10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운전자에게 연료가 부족하다는 경고와 함께 가까운 주유소를 알려주고 대시보드를 통해 결제까지 도와주는 식이다. 내년 말까지 음성 명령 기능도 탑재한다고 한다.

문제는 아직 부족한 자연어 처리능력이다.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주요 언어로 25개국 이상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한국어는 아직 미완이다. 다행히 SK(주) C&C가 IBM과 손잡고 내년 초까지 이를 해결할 계획이다. 요즘 왓슨은 한국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고 신문까지 읽으면서 한국어 공부에 한창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서 이 모든 것을 창안하고 설계하는 인간의 지적 능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