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FTA'가 아닌 일방적 자유무역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일각에서는 자유무역의 후퇴라고 비판한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는 반대 입장이고, 민주당 후보 클린턴은 우호적 입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클린턴을 자유무역 지지자로, 트럼프를 보호무역주의자로 해석한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전혀 옳지 않다. 무역협정을 통해서만 자유무역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FTA에서 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협정을 통해서 수입 혹은 보호할 것을 결정한다. EU를 비롯한 모든 FTA 배후에는 보호주의가 숨어 있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무역은 ‘일방적’이다. 관세, 수입할당, 반덤핑법, 기타 무역 제한들을 일방적으로 철폐하면 된다. 그런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타국과의 협정은 필요 없다. 트럼프가 FTA를 반대만 했으면 그는 자유주의자다. 그러나 그의 대안은 일방적 자유무역이 아니라 국가 간 협정이 없는 ‘일방적 보호무역’이다. 반(反)자유주의적 FTA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는 ‘FTA 강국 코리아’라고 말할 정도다.

주목을 끄는 것은 왜 하필 협정을 통해서 자유무역을 달성하려는가의 문제다. 국가 간 협정이나 초국가적 조정이 없으면 자국은 관세장벽을 쌓는 데 몰두하고, 타국의 개방만을 기다리기 때문에 건전한 무역질서가 생겨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런 논리에는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쁘다는 ‘중상주의’ 무역관(貿易觀)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틀린 관점이다. 무역의 궁극적 목적은 수출이 아니라 값싸고 질 좋은 재화를 수입하는 데 있다는 것은 경제원론의 핵심이다.

우리가 원하는 수입품에 관세가 없으면 값싸고 질 좋은 재화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만큼 부자가 되지만 타국들이 우리의 질 좋고 값싼 수출품을 관세 때문에 비싸게 이용하면 그들은 가난해진다. 더구나 자유로운 상품 수입은 국내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국내 기업들의 혁신 동기를 강화하는 데도 중요하다. 혁신은 생산성 향상, 가격 하락,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져 수입국의 경제는 날로 번창한다. 하지만 무역장벽을 쌓는 나라는 역동적인 경쟁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가난해진다. 1960년대 이후 수입대체 산업을 육성한 남미 경제는 몰락했고 일방적인 자유무역을 택한 북미 경제는 성공했다. 나라 경제와 세계 경제를 동시에 부강하게 하는 게 일방적 자유무역의 묘미다.

일방적 자유무역의 혜택 때문에 수많은 나라가 타국과의 협상을 통해 시장을 개방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문을 열고 자국의 이익을 도모했다. 예를 들어 영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등은 일방적 시장개방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통합됐다. 중국의 번영도 무역협정이 아니라 일방적 개방의 결과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모든 형태의 자유화를 회피하던 개발도상국이 유치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한 관세를 1980년대 이후 삭감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3분의 2가 일방적이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시장 개방도 일방적이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감스럽게도 잘못된 논리와 역사인식 때문에 FTA가 풍미하고 있다. 그러나 FTA가 일방적 자유무역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이는 규제의 상호 조정, 지식재산권, 노동조건 표준, 반독점 규제법, 환경 규제 등 규제 덩어리로 구성된 수백쪽의 협정 내용이 입증한다. 정치적 연줄로 먹고사는 정실주의가 지배하는 것도 정치와 힘의 논리에 몰입된 무역협정이 아니던가! FTA로 이익을 보는 계층은 관료 정치인 이익집단이라는 비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세계경제 불황과 지속적인 추락도 경제적 자유와 역행하는 FTA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FTA의 최고 절정은 북미자유무역협정과 유럽연합의 관료에 의한 사회주의적 간섭과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갈 길은 무역질서를 교란하는 ‘FTA 강국’이 아니라 일방적 자유무역이다. 이게 비교우위가 가진 마력의 원천이자 번영의 열쇠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kwumi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