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부가가치세 인상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회예산정책처와 경제재정연구포럼이 공동 주최한 201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솔직히 말하면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도 토론회에서 “재정적자폭이 늘어난다”며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앞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1977년 도입한 부가세를 40년 가까이 10%로 묶어서 운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자신들은 세금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마치 국민이 무지한 게 문제라는 투로 들린다. 과연 그런가.

김 의장은 인상 근거로 “OECD 회원국의 평균 부가세율이 20% 수준인데 한국은 10%밖에 안 된다”는 점을 들며, “부가세율을 1%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6조원을 더 걷을 수 있다”고 했다. 법인세·소득세보다 간접세인 부가세 쪽이 세수 늘리기가 쉽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한 소리다. 정치권이 세금 얘기만 나오면 OECD 평균을 들고나오는 것부터 그렇다. 국민소득을 OECD 평균으로 올리자는 소리는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김 의장 말대로 부가세를 올린다고 해 보자. 부가세 납부는 사업자가 하는 것이어서 서민이나 자영업자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경제가 침체돼 가뜩이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분야일수록 부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물론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보편적 세금인 부가세를 올리는 것이 맞다. 웬만한 국가들의 부가세도 20%대다. 그러나 부가세를 말하기 전에 ‘복지 퍼주기’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식의 레토릭을 내세워 세금에 대해 좀 안다는 식의 시건방을 떠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정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문제라 어렵다”고 덧붙였다니 이 얼마나 위선적인가.

부가세 인상은 우습게 볼 문제가 아니다. 김광림 의원의 발언은 더욱 그렇다. 나라가 걱정되면 경제부터 살려 놓고 봐야지 세금 올릴 궁리부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