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감 앞두고 거짓해명한 서울시
‘모금액 고작 1억원…3년간 허탕친 서울시 실험’이라는 본지 기사가 인터넷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 3일 밤, 서울시는 오후 11시께 해명자료를 냈다. 본지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사회투자기금이 지난 3년간 모금한 순수 기부금이 1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사회투자기금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애초부터 사업비를 민간기업 ‘협찬’을 받아 충당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3년간 민간으로부터 조성한 금액이 173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본지가 기사에도 썼듯이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 업무를 위탁받은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모금한 돈은 173억원이 맞다. 다만 이 중 기부금으로 확보한 금액은 31억2400만원이다. 나머지는 협동조합 등 서울시 정책을 위탁받은 사회적 금융회사 11곳이 ‘기부’한 것으로 사회투자기금의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서울시 담당국장과 과장도 시의회에서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그나마 기부금 31억여원 가운데 30억원은 사업 초기 서울시 금고은행인 우리은행이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냈다. 연간 27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는 시 금고은행에 선정된 대가로 내놓은 출연금이다. 이 돈을 순수 기부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울시가 내놓은 해명자료에선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투자기금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는 담당 공무원 고백과는 달리 해명자료에선 기금 조성 사업이 아무 문제 없이 잘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표현되기도 했다.

서울시가 밤늦게 사실과 다른 해명자료를 낸 이유가 뭘까. 다음날인 4일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도 “기사 내용은 대부분 맞지만 국감을 앞두고 자칫 논란이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거짓 해명자료’를 급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수용할지 여부는 박 시장과 서울시에 달려 있다. 하지만 시장의 핵심 공약이라는 이유로 ‘정책 실패’를 숨기기에만 급급한 행태를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