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한국 과학수사, 자신감을 갖고 세계를 보자
최근 베트남의 검사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 간부 20여명이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NDFC)를 방문했다. 하루 동안 체험형 견학을 하고 과학수사 강연을 듣는 등 한국 과학수사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돌아갔다. 대검 NDFC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연 300여명에 이르고 있다. 국적도 다양하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유럽, 미국 미군범죄수사단(CID) 등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사람들이 오고 있다.

한 외국 검찰 간부 십여명이 대검 NDFC를 방문해서는 봉투에 든 자료를 내놓고 이 자료에 대한 DNA 분석을 요청했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DNA 분석을 할 수 없어 돈을 주고 외국에 의뢰하는데 한국에서 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자료를 쏟아낸 것이다. 외교적인 문제와 결부되는 사안이라 협조해 주지는 못했지만 발전된 한국 과학수사 덕분에 가끔 이런 예상치 못한 일도 벌어진다.

과학수사 분야에서는 글로벌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사건 자체가 여러 나라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외환송금사기사건, 사이버 해킹사건, 대형 외국계 회사 사건 등이 그러하다.

또 발전하는 과학수사의 최근 동향을 접하고 논의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협력은 필수가 됐다. 사이버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 사이버수사팀은 올 5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수사국(FBI) 본부 사이버 담당부서를 방문해 최근 유행하는 랜섬웨어, 외환송금사기사건 등을 논의했다. DNA 수사와 관련해서는 대검찰청 DNA팀이 독일 연방경찰국(BKA) 과학수사부서를 방문해 최신 DNA 감식 기술,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 제도의 변화에 대해 토론하는 등 활발한 글로벌 협력을 하고 있다.

글로벌 교류에서 우리는 최근의 이슈에 대해 최고 기술 수준에서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 수사와 관련해서는 랜섬웨어와 비트코인 문제가 핫이슈라 할 수 있는데 미국 일본 한국에서 거의 동시에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랜섬웨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점차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랜섬웨어 범죄에 관해 우리는 미국 FBI 등 해외 당국과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한국 과학수사 수준의 한계도 있다. 과학수사 활용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주요 장비와 감식시약 등 소모품은 외산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원천기술 개발 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원천기술에 대한 한국 시장이 좁고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 핵심 기술을 선점하는 측면이 있어서일 것이다.

대검 NDFC를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의 눈빛에서 감사하는 마음과 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뜻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의 눈빛을 보며 20~30년 전 우리가 선진국을 방문했을 때의 그런 눈빛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도움을 청하는 국가에 할 수 있는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내년 8월 말에는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DNA 감정 분야 최대 국제행사인 세계법유전총회(ISFG)가 열리는데 한국을 방문했던 국가가 가능한 한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검 NDFC를 방문한 외국인이 한국의 과학수사를 배우고 협력을 요청하는 것처럼 과학수사 분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고 자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야에서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 없이 잘하고 있고 이것은 세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내실을 다져가며 시야를 국내로 한정하지 말고 글로벌 분야로 돌리자.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자신감을 갖고 세계를 보자. 우리는 지금 세계 최고니까.

김영대 <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