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오바마의 경제 유산
제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4개월 뒤 백악관을 떠난다. 내년 1월20일 변화와 희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를 역설한 오바마의 8년 임기가 끝난다. 그가 남길 경제 유산은 무엇일까.

2009년 1월 취임한 오바마의 최대 현안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 문제였다. 매달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률이 2009년 10월 10.1%까지 치솟았다. 성장과 고용 회복이 초미의 과제였다. 이를 위해 8000억달러 규모의 경제활성화 예산을 투입했다. 저금리 정책, 자동차산업 지원 등에 힘입어 경제가 점차 회복됐다. 민간부문에서 약 1500만명의 일자리가 생겼고 실업률은 4.9%로 떨어졌다. 지난 1년간 월평균 20만4000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연 2~2.5% 경제가 성장했다.

도산 위기에 빠진 자동차산업을 구제한 것은 정치적 결단이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유가 상승, 판매 격감, 유동성 부족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자동차산업 구조개혁팀의 건의에 따라 GM 495억달러, GM 금융회사 177억달러, 크라이슬러 136억달러 등 총 818억달러를 지원했다. 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는 조치였다. 디트로이트가 되살아났다. GM은 2015년 97억달러의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다. 2009년 1040만대로 떨어진 자동차 판매가 2015년 1750만대로 늘어났다.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이야말로 오바마의 승부수였다. 2010년 법안 통과에 따라 2000만명 이상이 새롭게 의료보험의 수혜자가 됐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 미가입 비율이 2014년 10.4%로 떨어졌다.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이 커다란 혜택을 받았다. 65세 미만 흑인 가입률이 2013년 73%에서 86%로 높아졌다.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채택한 주도 31개로 늘어났다. 우려하던 보험료 폭등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5년간 의료비 지출이 2조6000억달러 줄었다. 진 스펄링 전 국가경제위원장은 “오바마 케어는 가장 중요한 경제 업적의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월가의 금융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연쇄 파산으로 심화한 금융시스템 부실을 막기 위해 도드-프랭크 법안을 제정했다. 단기매매 차익을 위해 자기자금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파생금융상품 규제를 강화하며, 금융소비자보호국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금융회사에 대한 안정성 평가, 임원 급여 규제 등도 포함됐다. JP모간체이스, 씨티, 웰스파고 등 주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의 말처럼 금융개혁은 금융시스템 신뢰 회복과 경기 침체를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기후변화 대응 의지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의무 연비를 2025년까지 갤런당 54.5마일(약 87.7㎞)로 높였다. 석탄 사용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청정발전 계획도 발표했다. 풍력,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활성화 노력을 강화했다.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26~28% 줄이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공식 비준했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국제 공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초대 비서실장 람 이매뉴얼은 임기 초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라”고 건의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리처드 코언은 “오래지 않아 오바마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사가들이 그를 위대한 대통령 반열에 올려놓을지는 모르지만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대통령임은 분명하다. 우아함과 쿨함을 동시에 보유한 지도자로서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린든 존슨, 빌 클린턴을 계승해 중도진보적 국정 운영의 초석을 놓은 오바마의 업적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