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83개 단체로 구성된 이른바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핵발전소가 위험하다.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을 보며 참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규모 5.8의 강진으로 국민이 가뜩이나 불안감을 느낀 한밤중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反)원전 캠페인을 벌이는 놀라운 신속성 말이다. 원전들이 지진에 대비한 사전 매뉴얼대로 대응하는데도 굳이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저의가 뭔지도 의심스럽다.

이들 반핵단체가 국내 원전이 규모 6.5~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더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행동 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절차에 따른 대응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월성 1·2·3·4호기의 추가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발전소를 순차적으로 수동정지한 것도 그런 절차에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도 반핵단체들은 지진발생 지역이 월성원전에서 불과 27㎞ 떨어진 곳이라며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조차 믿을 수 없다고 몰아가면 뭘 어쩌라는 건가.

북한 핵폭탄 실험에 대해서는 이들 단체 중 극히 일부만이, 그것도 지극히 미온적인 반대성명을 냈을 뿐이었다. 반핵단체들이 심야에 이렇게 신속하게 똘똘 뭉쳐 반원전 운동에 돌입하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시 원전을 건설키로 한 일본은 바보라서 원전을 재개하고 있는 것인가. 하기야 일본에서의 반핵활동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한(?) 한국의 반핵 단체들도 많다.

지진 안전대책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호들갑을 떨거나, 비과학적이고 말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일본인들이 보여주듯이 냉정하고 체계적이며 합리적인 대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