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이제 극에 달했다. 국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진정성 있는 자기쇄신의 노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4선 국회의원인 필자가 느끼기에도 국회의원의 권한과 특권은 무수히 많다. 물론 국회의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면 국민이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문제를 해결해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일을 추진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원활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필수적인 권한’과 ‘불필요한 특권’은 구분돼야 한다. 의정활동을 하는 데 불필요한 특권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최근 많은 국회의원이 자녀 로스쿨 부정입학, 친인척 특혜채용, 성희롱, 논문 표절 등 문제에 휘말리면서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범법 행위를 하는 국회의원을 어느 나라 국민이 특권까지 부여해가며 존중해주고 싶겠는가. 나도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래서 국민이 공감할 만한 수준의 특권 내려놓기를 동료들에게 제안한다.

첫째,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없애자. ‘불체포 특권’은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국회의원을 체포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권이다. ‘면책 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일하며 한 말과 투표 행위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둘째, 국민 소환제도를 도입하자. 국민 소환제도는 선거로 뽑은 사람 중 문제가 있는 사람을 임기 중 국민투표에 의해 파면시키는 제도다. 셋째,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자. 국회의 가장 큰 특권은 의원직 그 자체다. 많은 국민이 국회의원 한 명도 신뢰하지 못하겠다 하고, 세비 주는 것도 아깝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은 비례대표 제도를 통한 의원 정수 확대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 줄이기는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에 적용하자. 지난 19대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최악의 국회로 불렸다. 걸핏하면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가 파행되고 법안 처리율이 30%를 밑돌았다. 일도 안 했는데 세비를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나 또한 국회의원으로서 십분 공감한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활용해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세비를 받을 자격이 없다. 국회 스스로 국민이 정서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여러 불필요한 특권을 축소,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조경태 < 새누리당 의원 yeskt@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