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전세난? 전세시장 안정의 긍정적 신호다
역(逆)전세난이 주택시장의 새로운 문제로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전셋값 하락을 역전세난으로 부르며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셋값 상승폭 둔화·하락 현상은 역전세난이 아닌 비정상적이던 전세시장이 시장 기능에 의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역전세난’이 아니라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 현상’이 정확한 표현이다.

얼마 전까지 높은 전세보증금 문제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해치는 사회 문제로 다뤄졌다. 지난 6월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2005년 저점 대비 각각 155%, 153% 올랐으나 2008년 고점에 비해선 각각 98%, 9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6월 전셋값은 2005년 저점 대비 서울은 203%, 수도권은 208%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고, 일시적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난 지역과 그 영향권에 드는 주변 지역 등에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전셋값 하락은 전세시장을 안정시켜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긍정적 신호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전셋값이 하락하면 집주인은 세입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적기에 이사하지 못하는 불편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전세시장 안정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다. 그동안의 전셋값 상승으로 나타난 서민 주거비 부담 증가 및 주거 불안정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셋값 하락 시 정부 등 공공기관이 신경 쓸 부분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전세금 보호장치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일이다. 확정일자, 전세권등기, 감액등기, 전세금보증보험 등을 통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예방하고, 전세권 반환청구와 전세보증금을 받기 전에 이사해야 할 때 임차권등기명령을 한 뒤 이사함으로써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는 방법과 절차 등을 알려주는 것 등이 그것이다.

임대시장은 주택 공급량과 금리 등 일반 경제요인에 의해 전세·월세·매매시장이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한다. 역전세 현상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는 주택 공급량 증가는 일부 지역에 일시적으로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생긴 문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1인 가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해 전체 가구의 27%에 달하고, 에코 세대도 연 70여만명씩 신규 주택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자가 보유율은 31%에 불과하고 전세 18%, 월세 46%다. 2인 가구의 자가 보유율이 61%임을 감안할 때 전세로 살고 있는 1인 가구의 일정 부분은 향후 자가 보유 가구로, 월세 사는 1인 가구의 일부는 전세로 진입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주택 공급량 증가는 공급 속도를 적정히 조정하면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음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세는 월세보다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낮아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을 비롯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전세주택 공급자에 혜택을 줘 저금리 기조에서 비롯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추세를 저감시킴으로써 서민의 전세주택 재고가 일정 수준 유지되도록 전세시장 안정화에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채미옥 < 한국감정원 / KAB부동산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