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F-X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자
최근 국방부에서 개최된 KF-X 사업 평가위원회에 참석했다. 평가위원회는 KF-X사업 진행상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개발위험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열렸다. 지난 4월에 이어 세 번째 참석한 위원회였는데, 횟수를 더해갈수록 구체화되는 개발 진행상황을 보니 KF-X 사업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항공산업은 세계시장 크기가 자동차 산업의 절반에 육박하는 데다 앞으로 성장성도 매우 큰 종합시스템 산업이다. 한국은 이 시장에 진출한 경력은 일천하지만 최근 이라크와 필리핀에 T-50, FA-50 등 완제기 수출과 보잉사, 에어버스사로의 민항기 부품 수출확대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항공산업을 ‘글로벌 톱7’에 진입시킨다는 구상이다. 그 후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국제 수준의 경쟁력 확보에 요구되는 핵심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따라하기식 개발 방법으로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화두로 떠오른 KF-X 사업은 공군의 전력증강은 물론 항공우주산업 발전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T-50 및 수리온 개발로 어느 정도 항공분야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으나, 항공기 체계개발 경험 부족으로 항공산업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시기에 KF-X 사업이야말로 항공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논란의 핵심은 에이사(AESA) 레이더 및 4대 핵심기술의 국내 개발 가능성 여부였다.

많은 사람이 단순하게 성공, 실패로 결과를 생각하지만, 항공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부품 개발을 지금이라도 시작해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4대 핵심기술이 전투기 개발에서 중요한 요소로 확인됐지만 전투기의 비행기능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비행 데이터베이스(DB) 부족으로 소프트웨어적 개발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시제품 개발 후의 비행시험 기간에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도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고, 세계 수준에 근접한 한국 정보기술(IT) 능력을 감안할 때 개발 기간에 충분히 이뤄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현재 항공우주산업 시장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5500억달러 수준이며 2040년께에는 2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KF-X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군의 방위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장하는 항공우주산업의 경쟁기반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은 T-50의 단발엔진을 시작으로 이제는 KF-X 사업을 통해 쌍발엔진에 도전한다. 민간 여객기가 2개 이상의 엔진을 장착한다는 점에서 볼 때, 세계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 민간항공기 분야에서의 기술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무인기 기술, 우주관광, 우주 태양광 발전 등 우주산업 분야 발전으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 나가게 될 것이다.

한국은 여러 해 동안 국민소득 3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제 KF-X사업을 기회로 삼아 항공우주산업이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선배 세대가 우리에게 조선, 자동차, 전자, 철강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물려주었듯이 우리는 후배 세대에게 항공우주산업이라는 또 하나의 먹거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앞으로 KF-X사업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김승조 <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