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상식을 벗어난 법안들
사회적으로 회자되는 법률들이 입법예고됐거나 곧 시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김영란법’과 ‘김종인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법 시행의 사회적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 취지는 잘 살리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하도록 다듬어져야 할 것이고, 과잉입법이 되지 않게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쉽게 말하면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으면 대가성에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 이 법의 취지는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 사건과 같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권력형 부정부패를 줄여 사회를 청렴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찬성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너무 넓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과잉입법 및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그 적용 대상의 범위와 모호성을 줄일 수 있다면 좀 더 실효적인 법률이 될 것이고, 법 시행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이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그 배우자라고 하는데 자신이 대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국민권익위원회는 언론인 범주에는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민간 기업이나 조직의 임직원들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런 사람들을 언론인으로 보기 어렵다. 즉, 일반적 법감정과 상식을 벗어난 이상한 모습을 지닌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런 적용 대상에 대한 모호함과 이견은 소송을 통한 대법원 확정판결로 해소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권익위 자세다. 결국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민간 기업이나 조직은 불법행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간행물을 폐간하거나 다른 식으로 피해 나갈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소송이 발생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적용 대상이 명확하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회적 비용이다.

만약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는 법 제정 취지를 진정으로 살리려면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비리가 주로 어떤 직군의 사람들에 의해 행해졌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대상조차 모호한 500여만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보다 실효적이고 적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할 것이다.

김종인법 혹은 경제민주화법으로 이야기되는 ‘상법개정안’은 지배주주의 지배권 남용을 제한하고 소수주주권을 보호하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입법예고됐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이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보면 경영전권을 가진 재벌의 오너 일가 혹은 전문경영자들을 제대로 감독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상법개정을 통해 이런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국회의원 120여명이 공동으로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의 20대 국회 제1호 법안이니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 또한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입법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을 규제하는 법과 제도는 평균적인 기업과 평균적인 경영행위를 대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롯데그룹에서 벌어진 일이 평균적인 한국 재벌그룹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대우조선해양의 전문경영인들이 보여준 행태가 평균적인 한국 전문경영인들의 행태인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만약 대답이 ‘예’라면 이런 행태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만약 ‘아니요’라는 대답과 이런 행태가 예외적인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이런 규제는 과잉입법 가능성이 높은 것이고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법률로 강제되지 않고도 평균적인 사람이 잘살고, 평균적인 조직이 잘 유지될 수 있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한국 사회가 빨리 이뤄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조명현 < 고려대교수·경영학과 chom@korea. 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