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론분열이 심각하다. 전문가의 설명, 즉 ‘과학’은 뒤로 밀리고 온갖 괴담에다 근거도 없는 국민투표론까지 나온다. 정치권은 새 정쟁거리로 몰고가기로 작정한 분위기다. 다양한 논의를 원내로 수렴하기보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태가 노골적이다.

사드 문제의 논점은 명확하다. 현저해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새로운 방어체계가 다급하다는 것, 최적 지역을 전문가그룹이 선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다. 북한은 4차례 핵실험으로 수소폭탄까지 갖췄다고 발표했다. 미사일 능력도 급진전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1년 내 성공할 것이라는 게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이다. 2020년에는 8~12대의 SLBM을 갖출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대비해야 한다. 전자파 문제는 더구나 과학이 해결할 사항이다. 이미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 그런데도 ‘무조건 히스테리’식의 반응들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 나타나지도 않은 ‘경제보복설’을 증폭시키면서 오히려 중국 측을 대변하는 세력도 있다.

우리 사회의 위기반응 기제에는 침착, 과학적 분석, 인내심과 용기 따위는 아예 없다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경박한 사회 풍조는 이미 중증이다. 북핵이라는 명시적 안보위협에도, 남중국해의 패권을 노린 중국의 거침없는 팽창주의를 보면서도 우리끼리 물어뜯고 있다. 위기 대처가 아니라 겁먹은 자들끼리의 내분이다. 임진왜란 7년 전쟁 때의 당파싸움이요, 병자호란 시기 갈등의 재연이다. 아니면 ‘광우병 괴담’의 되풀이다.

유감스럽게도 소모적인 갈등, 막무가내 주장의 정점에 정치가 있다. 당파적 이해에 좌우되는 가볍고 무책임한 정치가 근본 문제다. 여당의 중추라는 ‘TK 의원’ 20명이 집단성명으로 ‘야당 코스프레’를 한 것도, 문재인 전 대표가 재검토론으로 반대에 기름을 붓는 것도, ‘안보는 보수’라던 국민의당이 졸지에 국민투표를 거론하는 것도 모두 비상식적이다. 좁쌀 수준의 정치 리더십이다. 김정은이 핵 공갈이라도 하면 우리 정치는 그 어떤 단말마 같은 비명을 내지를 것인가. 우리 사회엔 ‘갈등본능’이라도 있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