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야권이 일제히 법인세 인상 공세를 폈다. 20대 총선 공약으로 ‘법인세 정상화’를 내건 더불어민주당은 기업들에서 법인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는 법안을 세 건이나 발의했다. 정의당도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 증세를 주장했다. 정부가 투자위축을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야권은 법인세만 올리면 만사형통이란 식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면 세수가 3조원 증가한다는 게 야권의 계산법이다. 하지만 세율만 올리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순진한 발상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세수를 극대화할 최적 법인세율이 23%라고 한다. 지방법인세를 합친 현행 세율(24.2%)보다 낮아 세율 인상이 되레 세수를 줄일 것이란 얘기다. 세수 증대는 세율이 아니라 세원(기업 실적)의 문제다. 게다가 법인은 인격체가 아니다. 늘어난 세 부담은 상품가격 인상, 납품단가 인하, 임금 억제 등의 형태로 소비자, 하청업체, 근로자에 전가될 것이다. 경제와 기업을 모르는 국회의 법인세 탁상공론이다.

진짜 문제는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OECD 34개국 중 20개국이 법인세를 내렸다. 중국은 법인세를 33%에서 25%로, 대만은 25%에서 17%로 인하했다. 일본은 실효세율을 최근 3년 새 7%포인트 이상 낮췄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기업 이탈을 막기 위해 법인세를 현행 20%에서 15%로 내릴 태세다. 자칫 유럽발 세금인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주력산업이 구조조정 와중이고 브렉시트 후폭풍은 6개월 이상 간다는 판국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하지 않나.

이뿐만 아니다. 더민주는 기존 순환출자까지 소급해서 해소케 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순환출자는 무엇보다 기업 경영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본 구성에 제약이 없고 주당 의결권이 수십, 수백개인 차등의결권을 맘껏 발행한다. 그런 상대와 힘겹게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는 아무 방어장치 없이 막대한 돈을 들여 순환출자만 털라는 것이다. 엉뚱한 곳에 돈을 써야 할 판인데 무슨 여력으로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겠나.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도 마찬가지다. 국제무대에선 대기업 축에도 못 드는 기업이 국내에선 재벌이라고 39개 법령의 ‘규제폭탄’이 가해진다. 교역규모 6위, 경제규모 11위인 나라에 ‘갈라파고스 기업규제’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