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노동개혁 해법, 기업 현장에 있다
올 1분기 청년실업률은 12.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취업 애로계층이 117만명에 달하는 등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좁은 취업문을 뚫은 젊은이들을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에서 ‘낙바족’이라고 지칭하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경제 성장기에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기업 투자도 위축되면서 신규 일자리는 줄어들고, 기술 발전과 정보기술(IT) 발달 등으로 일자리 숫자는 더욱 줄어 청년층의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규 채용도 10개 중 6개가 비정규직 근로자여서 일자리의 질도 떨어진다. 정년 60세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연공급 임금체계가 유지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장년층의 일자리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기업·유(有)노조 기업 근로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과도하게 높은 반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로 조건에 머무르고 있는 이중구조도 매우 우려스럽다. 취업 취약 계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주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등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시대에 제정된 낡은 법과 제도, 불합리한 관행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가이드라인 적용 등 실천 가능한 수단을 제시해왔다. 미래세대(청년)와 기성세대(중·장년)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노동개혁의 현장 정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를 들면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 자제 등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함으로써 장년 고용을 유지하고, 청년 신규 채용 재원 활용 시 한 쌍당 연 1080만원(대기업·공공기관 연 540만원)을 2년간 지원해 정년 연장으로 인한 사업주의 임금 부담을 덜어주고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게 돕고 있다. 기업 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임금 상승분과 간접노무비를 최대 월 60만원 한도로 1년간 지급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고용 안정도 도모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이 덜 알려진 데다 사업별로 신청서를 제각각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적지 않아 정책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기업을 찾아가는 현장 태스크포스 지원반을 가동하는 등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결과는 고무적이다. 근로자 800여명이 일하는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제조업체의 경우 임금피크제 재원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대졸 청년 채용 규모를 30%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사업 축소 등으로 지난해까지 5년 새 청년 채용 비중이 11.2%에서 4.3%로 줄었다.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그동안 당연시됐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사의 관심과 참여다. 현장에서 노동개혁이 이뤄지면 장년층 일자리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청년 채용도 확대될 수 있다. 기업 경쟁력이 향상되고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도 해소할 수 있다. 일한 만큼 보상받는 문화가 형성돼 대·중소기업, 정규·비정규직 간 격차를 해소하는 노동시장의 선순환 구조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노동개혁의 해법을 현장에서 찾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안경덕 <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