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동개혁·경제활성화법, 총선 전 처리해야
노선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이 여야의 본질이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를 두고서도 진영논리만 고집할 줄은 몰랐다. 합의점을 찾을 노력도,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은 2013년 8.0%, 2014년 9.0%였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9.2%로 1999년 통계기준이 변경된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까.

10일로 19대 국회의 총선 전 공식 일정이 사실상 끝났다. 역대 최악의 국회란 불명예스러운 평가가 나온다.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장기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정쟁에만 매달린 데 대한 국민의 질책인 듯하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1만8645건(8일 현재)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발의된 법안은 17대 국회 7489건, 18대 국회 1만3913건이었으니 19대 국회에서 크게 늘었다. 법안 통과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 17대 때는 25.6%였는데 18대 때는 16.9%, 이번 19대 국회에선 14.3%로 계속 떨어졌다.

법안의 질적 측면에서도 실망이 크다. 대표적인 게 노동개혁 4법이다. 당초에는 기간제법, 파견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노동개혁 5법이었다. 하지만 야당 등의 반대로 정부가 기간제법을 양보하면서 4법으로 줄어드는 등 노동개혁 의지가 훼손됐다. 파견법도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소득 상위 25%에 해당하는 전문직 등으로 파견 허용업무를 확대하자는 방안이다. 금형·주조·용접 등 ‘뿌리산업’ 제조업의 파견 허용도 쟁점이다. 모두 목표는 일자리 미스매치(불균형)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자는 것이다. 중소기업인 뿌리산업의 인력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고령자의 취업기회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다. 그러나 ‘대기업 파견 제한’이란 수정안이 나왔는데 법안 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작 국회 내에선 일자리 만들기를 외면하면서 20대 국회 총선 공약집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담은 법이다. 이에 대해서도 야당은 의료민영화법이라며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한 번 폐기됐다가 다시 발의되긴 했지만 처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에 등장한 게 2011년 12월이니 이제 4년3개월, 1500여일을 넘겼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성장성, 수익성 지표는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 한국 200대 제조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21%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는데, 2009년 6.3%로 떨어지기 시작해 2014년에는 0.5%로 급격히 둔화됐다. 영업이익률도 2000년 6.8%에서 2014년 4.2%로 하락세다. 제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 일자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성장과 일자리를 촉진하는 단초는 서비스업 육성, 제조·서비스 융복합 등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는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각 당은 초심으로 돌아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어야 한다. 구조개혁처럼 큰 과제는 당장 해결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노동개혁 4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은 마무리해야 한다. 3월은 아직 3주가량 남아 있다. 총선 전 마지막 임시국회가 11일 열린다. 국회가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 법안을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일 때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배상근 <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