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24일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유출액은 4조7000억원으로 지난 1월(4900억원)의 근 10배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현재 외국인 보유 국내채권(1월 말 기준 101조원)의 4.7%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는 사상 최대 순유출을 보였던 2010년 12월(5조3000억원) 후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채권매도는 미국계 한 자산운용사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채권을 꾸준히 사들여 온 장기투자자인 운용사가 대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집중됐던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이제는 채권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각각 3조1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주식매도 규모는 2월 들어 1300억원대로 줄어든 반면 이제는 엄청난 규모의 채권을 투매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불안에 북핵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외국인이 본격적인 ‘셀 코리아’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외환시장 움직임은 이런 우려를 더욱 가중시킨다. 2월(1~26일) 들어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3.04%나 떨어져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는 42개국 중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한동안 지속되던 미 달러화 강세가 2월 들어 주춤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는 이례적이다. 자칫 외국계 자금 이탈과 원화가치 하락의 악순환이 확대재생산될 가능성도 있다.

일시적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중순 이후에는 외국계 자금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 동향은 언제나 전조인 적이 많았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유일호 부총리는 외환보유액 3600억달러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26%)이 대만(80.5%) 중국(33.9%) 일본(27.1%)보다 낮다는 지적도 있다.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결코 가벼운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