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KT와 카카오가 각각 주도하는 K뱅크와 카카오은행 두 곳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주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내년에 점포 없이 영업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굴러갈지 벌써 걱정이다.

절차상으로 보면 이번 예비인가는 앞뒤가 바뀐 모습이다. 현행법에 따라 이뤄져 비(非)금융주력사인 KT와 카카오는 의결권 있는 지분 보유한도가 4%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의 예비인가 신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법이 개정되면 그때 가서 참여기업 간 지분구조를 바꾸는 등의 물밑 계약이 있었을 것도 짐작할 만하다.

문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 개정이 제때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KT나 카카오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참신한 혁신을 주도하기는 어렵다. 컨소시엄의 다른 기업 역시 소극적일 게 뻔하다. 그뿐인가. 금융위가 법 개정을 전제로 내년 2차 예비인가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다 공수표가 되고 만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은행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여전히 의결권 4% 상한을 적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 경우 KT 같은 통신기업은 그대로 규제 대상이다.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규제한다면 이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법적 불확실성이라는 안갯속에서 출발한 것이다. 물론 은산분리를 고집하는 야당의 시대착오적 반대와 대통령의 규제개혁 요구 사이에서 금융위가 택한 고육지책이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실험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참 웃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