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기간제·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 쟁점 등에 대한 합의 도출에 결국 실패했다. 지난 9월15일 노·사·정 대타협 이후 시간만 허비한 것이다. 정부가 가능하지도 않은 합의를 고집하다 노동계 지연전술에 말려든 꼴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국회로 넘어간들 제대로 되겠느냐는 점이다. 총선에서 노동계 표를 의식하는 야당이 타협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가 정부·여당이 제출한 노동개혁 5개 법안 심사를 위한 첫 회의를 열었지만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이다. 노동개혁이 이번 정기국회를 넘기면 다음은 바로 총선 국면이다.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비정규직 문제만 그런 게 아니다. 저성과자 근로계약 해지기준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변경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라는 ‘2대 정부 가이드라인(지침)’도 제자리걸음이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 당시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한다”고 명시한 현안들이다. 노사정위는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겠다지만 노동계 반대로 합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기업 자율에 맡겨도 될 사안을 굳이 지침 운운하고 나선 것도 그렇지만, 그것조차 노동계와 협의하겠다고 단서를 달았으니 일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모든 게 정부가 처음부터 그림을 잘못 짠 결과다. 노사정위 재가동부터가 그랬다. 엊그제 ‘노동개혁 실현을 바라는 청년선언문’을 발표한 30여 청년단체조차 “노사정위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개혁을 밀고 나가라”고 주장할 정도다. 청년들도 다 아는 노동개혁 해법을 왜 정부만 모르나.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