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정교과서 논란,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역사 교과서 발행 방식을 둘러싸고 한국은 지금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국정화 주장자들은 현 검인정 체제에서는 대한민국 역사를 폄훼하는 자학(自虐)적 역사관만 교육되므로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적 내용을 확보하는 국정교과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한다. 반면 국정화 반대자들은 “국정교과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관제 역사’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이 우려된다”는 등의 주장을 한다.

양 진영이 외치는 명분과 논리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부터 보자. 현재 우리는 검인정체제다. 그러나 시판되는 7개 교과서들이 모두 대한민국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폄훼한다는 우려가 나타나자 중립적·긍정적 대안의 견해를 담았다는 교학사 교과서가 작년 3월 학기 채택을 예정해 출간을 준비하고 문교부 검인정을 통과했다.

그러자 좌파들의 상투적 무기인 ‘친일파 선동’이 시작됐다. 출간 전부터 “교학사 교과서는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 유관순 열사를 깡패라고 서술한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게 거짓임이 밝혀진 뒤에는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군 부대를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술해 자발적으로 ‘따라다닌 것’처럼 서술한다. 일제의 쌀 수탈을 ‘수출’로 표현했다. ‘의병 토벌’이라고 썼다”는 등의 공격을 받았다.

뒤에 이런 서술은 모두 고쳐졌지만 이미 낙인 찍힌 친일 교과서 선동은 마른 섶에 불붙듯 전국을 휩쓸었다. 야당 의원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명단을 공개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사학계의 무차별적 매도가 가해지고 인터넷 게시판, 전화, 대자보 등으로 비난이 쇄도했다. 해당 학교는 시민단체 항의 방문, 학부모와 동창회의 성명과 방문으로 시달렸다. 일부 교육청은 교학사 채택 고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하겠다고 했다.

경북 청송여고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16개교 중 마지막까지 버틴 학교다. 소위 ‘우파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의 완전 궤멸을 눈앞에 둔 전교조 교사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앞세우고 학교를 방문해 강압함으로써 결국 청송여고도 손을 들었다. 박지학 청송여고 교장은 “여기저기서 전화도 오고, 사람도 오고, 하도 시달려서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경기 파주 한민고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알려졌다. 이 학교는 정부예산 350억원과 국방부 장학금 200억원을 지원받아 설립된 국내 첫 군인 자녀를 위한 기숙학교다. 이런 학교의 학부모, 예비입학생들까지도 친일 선동에 사로잡혀 교학사 채택을 ‘부끄럽다’고 언론에 성토하고 피켓을 들고 반대해 결국 무너졌다.

이로써 소위 ‘자율적 검인정체제’ 아래서 전국 2318개 고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이 ‘제로(0)’라는 기적적 역사가 이뤄졌다. 오늘날 교학사 교과서는 부산의 부성고 단 한 곳만 채택하고 있다. 다양한 역사를 알 국민의 권리가 총칼만 안 들었을 뿐 홍위병의 인민재판식 폭력으로 차단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전체주의적·일방적·획일적 교육이 과연 어떤 교과서체제에서 기도(企圖)됐는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을 누가 무너뜨렸는지 국정화 반대자들은 대답해야 한다. 이들이 무슨 낯으로 ‘관제 역사를 피해 다양한 견해를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가.

역사를 교육할 때 중요한 것은 국정·검인정 같은 교과서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이다. 교학사의 수난 과정에서 보듯 과거 검인정체제는 대한민국 역사의 긍정적 내용은 가리고 부정적 내용만 강조한 좌파적 교과서의 독점시대를 불러왔다. 국민에게 불행과 자학의 역사만 강요하는 자도 잘못이지만, 국민의 권리와 행복을 지킬 의무를 가진 국가가 ‘무정부적 시장’을 방치해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더욱 큰 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국정교과서로 균형의 역사를 가르칠 수 있다면 그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보장한 헌법정신을 지키는 것이며 그간 안 했던 ‘국가의 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