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오찬에서 일본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은 주목할 만한 상황의 전개다. 일본의 최근 행보에 여러 나라가 우려하고 있으며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에 두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고노담화에 대한 일본의 소위 검증작업에 대해서도 유감을 공유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발표는 예상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것도 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한국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 정부의 승인 없이 이를 행사하지 못한다는 전제를 두는 형태로 일종의 조건부 승인모드를 취해왔다. 일본 정부가 각의 결정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예의주시한다는 수준의 성명을 발표했을 뿐이다. 하지만 며칠 만에 바뀌었다. 그것도 중국과 함께였다. 우리는 일본이 과거사를 얼버무리며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을 누차 지적해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일간 뿐만 아니라 한·미 간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 등 돌연한 사태전개를 생각하면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 민감한 주제다. 일시적 반일감정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이날 시 주석은 서울대 강연에서 임진왜란 때 한·중이 힘을 합쳐 싸웠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당의 고구려 침공과 백제의 멸망과정, 병자·정묘호란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역사를 그렇게 편의적으로 정리할 수는 없다. 중국의 6·25전쟁 개입에 대한 사과 표명도 미해결의 과제다. 불행히도 한국은 스스로를 지킬 만한 충분한 억지력을 갖고 있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구도가 뿌리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주목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