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규제개혁 할 것 없다는 법무부
“특별히 준비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 부와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 불거진 정책 이슈에서 법무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취재하며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요즘 법무부를 보면 정부 정책과는 동떨어져 있는 모양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주재했다. 각료 및 기업인들과 함께 일곱 시간에 걸쳐 해법을 모색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한 말은 “(앞에서) 다 말했기 때문에 나는 생략하겠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이런 만큼 규제 이슈에 대한 법무부 입장이 궁금했다. 법무부 공무원에게 “법무부는 어떤 내용을 준비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우리 부에는 규제 관련 이슈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법무부는 소관 등록규제가 229개에 달하고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 동업 금지, 부동산투자이민제, 외국인력 비자문제 등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규제에서 자유로운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때문에 정부가 수세에 몰렸을 때도 ‘관계부처합동’으로 나온 재발방지 종합대책에 법무부 이름은 빠졌다. 대책에는 유출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가 포함됐다. 위법행위 적발 및 예방과 관련해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도 법무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다. 4월 발족할 예정인 통일준비위원회와 관련해 담당과인 통일법무과에 준비상황을 물었지만 “관련 업무협의를 하고 있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법무부의 이런 행태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무부의 주요 인적 구성이 검사이다 보니 사정기관 특유의 권위주의적 조직문화가 내재해 있고 대(對)국민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자는 ‘정부 3.0’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무부에 높은 칸막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부처의 기본 역할은 정책 수립·시행과 대국민 서비스라는 점을 법무부가 잊지 말기를 바란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