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무역관장의 무사 구출
온 국민의 염려로 시작됐던 지난 한 주가 안도로 끝났다. 한석우 리비아 트리폴리 무역관장을 무사히 구출해 낸 양국 정부와 한마음으로 기원해 준 국민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엊그제 공항을 통해 귀국한 한 관장의 건강한 모습을 대하고 나서 비로소 ‘상황 종료’를 실감했다.

기관을 이끌어가는 사람에게 지난 한 주는 무던히 길었다. 피랍 소식을 듣자마자 사내에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현지 소식에 촉각을 세우고 시시각각 상황을 점검했다. 가족을 접촉해 위로하고, 현지에 임원을 급파하고, 직원들에게 메일을 띄워 차분한 대응을 당부하고, 정부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느라 입술이 타들어 갔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 밤잠도 설쳤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이던 사흘 만에 한 관장이 무사히 구출됐다는 낭보가 이른 새벽에 전해졌다. 구출과정까지 완벽해 더욱 기뻤다. 두 나라 정부 간에 외교 협의 채널을 긴밀히 가동한 덕분에 ‘몸값’을 지급하지 않고 구출했고, 납치범들을 현장에서 체포했으니 해외 피랍 한국인 구출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전례 없던 일을 겪고 나니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해외진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흥시장 위주로 무역관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신흥시장은 대개 전쟁테러범죄 등으로 치안이 불안하고, 사회 인프라도 취약하며, 각종 풍토병 등에도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무역관이 피해를 입고 직원들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이따금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에 무역관을 개소하거나 재건 프로젝트 수주 등을 위해서 이라크 같은 국가를 방문하는 경우가 잦은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대할 때마다 사장으로서 안쓰러우면서도 듬직하다.

어쩌면 한국무역 반세기는 이처럼 가시밭길 여정이 아니었을까. ‘공짜 치즈는 쥐덫에나 있다’는 러시아 속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무역관이 수출 최일선에 서서 기업들의 시장개척을 지원해 왔기에 대한민국이 무역 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고 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무 여건이 열악한 지역을 점검하고, 무역관 직원들의 신변안전 교육과 제도적인 장치를 빈틈없이 보완하도록 힘써야겠다. 피랍에서 생환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마음 졸이고 기뻐해 준 국민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오영호 < KOTRA 사장 youngho5@kotr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