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줄줄 새는 가축재해보험금
“보험금 청구와 지급 과정이 허술해 눈먼 돈으로 불린 지 오래됐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적발된 100억원대 가축재해보험 사기사건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충남 당진에서는 축산 농민들이 농축협 직원 및 수의사들과 짜고 멀쩡한 소를 아픈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사건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런 식으로 타낸 보험금만 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가축재해보험은 소, 돼지 등이 질병에 걸리거나 각종 사고를 당하면 손실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1년 만기로 정부가 보험료의 50%를 지원해주고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20~25%를 추가로 지원한다. 나머지는 축산 농민 부담이다. 작년 기준 소 한 마리의 평균 보험료는 12만7000원이다. 축산 농민은 4만원 안팎만 내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정부 예산을 받아 운영되다 보니 축산 농민의 부담이 적다. 가입도 쉽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사도 까다롭지 않다. 더욱이 보험 판매부터 현장조사, 보험금 지급까지 모두 지역 농축협이 알아서 한다. 몇 명만 눈감으면 사고로 위장하기는 누워서 떡 먹기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랬다. 농축협 직원이 “보험료의 2~3배를 받게 해주겠다”며 농민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보험료를 대신 내주면서 보험사기를 나서서 부추기기도 했다. 사고여부를 판정하는 수의사도 이들의 ‘모의’에 동참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보험사기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체계가 엉성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예산을 배정하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보험상품 판매를 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도 가축재해보험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도통 신경 쓰지 않는다. 보험을 취급하는 NH농협손해보험도 상품만 판매하고 보험금만 지급할 뿐, 판매과정이나 조사과정에 끼어들 여지가 작다. 농협중앙회가 관리 책임을 지고 있지만 지역 농축협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다.

가축재해보험의 취지는 좋지만 이런 식으로 보험금이 샌다면 좋은 취지도 퇴색하고 만다.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관계당국이 안타까워 하는 얘기다.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