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골프 회원권
골프 클럽의 원조는 1744년 스코틀랜드 리스에서 만들어진 ‘리스 젠틀맨 골프회’를 꼽는다. 이 클럽이 처음으로 회원의 자격과 각종 규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19세기 들어 영국 각 지역의 소위 젠틀맨 사회에선 회원 자격이 극히 까다로운 골프 클럽들이 생겨났다. 미국에서도 19세기 말에 이런 문화가 급속하게 퍼졌다. 골프장은 주로 지주와 기업가들이 소유했는데 이들은 당연히 자신과 경제 사회적으로 비슷한 인물들을 회원으로 뽑았다. 브로디외가 ‘구별짓기’에서 지적한 대표적인 ‘신분’상품이 바로 골프 회원권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골프 클럽은 특히나 자격이 엄격했다. 이들은 철저하게 프로테스탄트계 앵글로 색슨 회원들만 선발했다. 신입 회원들을 뽑기 위해서는 회원이 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만 하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1962년만 해도 803개 골프 클럽 중 224개만이 회원 모집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다. 이 같은 회원권에 가장 소외를 받은 계층은 유대인이나 흑인, 아시아계였다. 이들을 감싸안고 불만을 없애기 위해 퍼블릭 골프장을 지은 것은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그는 대공황 기간 동안 전국에 골프장 254개를 건설했다. 그 덕분에 골프는 대중적인 운동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일본은 1982년에 이미 1425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만달러에 미치지 못할 때였다. 일본인들은 부동산 투기에 이은 매력 투자처로 골프 회원권에 주목했다. GNI가 3만달러에 달했던 1992년에는 골퍼 1억명 시대를 열었다. 최고 클럽인 고가네이(小金井) 회원가는 4억엔(43억원)까지 치솟았고 1억엔 이상 되는 곳만 20개에 달했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골프장 회원권 가치는 계속 내리막을 탔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약 773개의 골프장이 새로 문을 열었으나 이 중 36.5%가 도산하거나 법적 정리절차를 거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또다시 불황 바람이 불었다. 최악이었던 2011년 고가네이 회원가는 4200만엔까지 떨어졌다. 10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한국의 골프 회원권 가격도 요즘 추풍낙엽이다. 회원권 분양 실패로 자금난에 허덕이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한 골프장 회원들에게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라는 법원 판결도 골프계로선 악재다. 경기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것이 골프 회원권이다. 골프 회원권도 일본의 전철을 밟아간다는 것인지.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