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러운 캐나다의 '보험 옴부즈맨'
요즘 보험회사들의 최대 고민은 민원 감축이다. 몇 달 전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며 민원 숫자를 절반 이상 줄이라는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저금리에 따른 수익 감소에 시달리는 보험업계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너무 가혹한 요구”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채 명분만 앞세운 정부의 규제가 역효과만 부른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민원 감축에 매달리는 보험사들의 난처한 입장을 이용해 무리한 협박을 일삼는 ‘블랙 컨슈머’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원 감축 해법에 목마른 보험업계에 프랭크 스웨드러브 캐나다 생명보험협회장의 해법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주 토론토 사무실을 찾은 한국 생명보험사 방문단에게 그는 ‘보험선진국’ 캐나다의 옴부즈맨 제도를 소개했다.

“캐나다에서도 한때 보험 민원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다그쳐도 봤지만, 백약이 무효더군요. 2001년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이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 뒤 분쟁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는 옴부즈맨 제도 성과에 힘입어 캐나다가 국제사회에서 보험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했다.

옴부즈맨은 중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은퇴한 판사와 보험 전문가 등 10여명이 소비자 입장에서 민원을 분석해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보상금 액수도 결정한다. 조정에 불복하는 보험사는 법정으로 갈 수 있지만, 도입 후 12년 동안 반발 사례는 거의 없다. 조정안을 지키지 않을 때 법률적으로 강제하거나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보험사들이 신뢰를 지키기 위해 옴부즈맨의 권고를 따른다는 설명이다. 스웨드러브 회장은 “문제 해결을 철저하게 민간자율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는 점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한국 보험시장에선 스웨드러브 회장의 해법과는 정반대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강한 규제로 업계를 제압하는 데 치중하고, 보험사들은 ‘밀리면 끝장’이라며 결사 저항하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옴부즈맨을 통한 자율해법은 보험분야 외에도 다양하게 시도해볼 만할 것 같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양측이 일단 최대한으로 부딪친 뒤 어중간한 지점에서 봉합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김은정 토론토/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