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예상대로 압승했다. 자민당은 중의원에 이어 상원격인 참의원에서도 여소야대를 청산하고 정국을 완전히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일본에 대해 국제 사회가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자민당이 일본 정치를 일당(一黨) 지배하던 이전의 일본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들은 아예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며 “(일본의 우경화로) 중국은 이제 역사적 시련기를 맞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군사력을 갖춘 정상국가로의 이행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번 선거 기간 중에도 “평화헌법을 고쳐 정규 군대로 인정받지 못해 왔던 자위대의 존재와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거듭 다짐해왔던 그다. 선거 공약에서도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격상시켜 유지할 것을 명기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정상국가로 가려는 것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근대 국가가 군대를 정상적으로 보유하며 자위권을 가지려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아베 총리가 얘기하는 정상국가는 명분상으로도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는 한국을 침략해 만행을 저지른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왜곡하려는 태도다. 아베는 지난 4월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투의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침략 역사를 왜곡하고 전범 국가라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정상국가로 가겠다고 외쳐봐야 진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갖지 못한 게 아닌지 의구심만 들게 할 뿐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중, 한·일 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며 정상회담 외교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일본이 행한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진정한 사죄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