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헛바퀴' 도는 보험민원 감축
“갈수록 감독당국과 보험업계의 힘겨루기로 치닫는 양상입니다.”

최근 보험민원 감축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 대해 보험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산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 들어 금융소비자 보호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보험민원 감축을 둘러싸고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취임 일성으로 보험사들이 민원 발생 건수를 2014년까지 50% 줄일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새 정부 첫 금융감독 수장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순조롭게 풀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일이 꼬여가고 있다.

보험사들이 미봉책 성격의 방어 논리 개발에만 급급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민원 감축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금감원에 이런저런 정책건의를 쏟아내는 데 열심이다.

‘보험사를 통하지 않고 금감원에 바로 접수되는 사안은 민원 건수에서 제외시켜달라’거나 ‘민원을 협상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특정 단체나 기업 민원은 집계에서 빼달라’는 등이 요청 내용이다.

보험사들의 반발에 금융당국이 밀리는 모습도 목격된다. 내년 말까지 보험상품 계약의 2년 이상 유지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라는 지침을 둘러싼 대목에서다. 보험사들은 계약이 끝난 보험의 유지율을 이제 와서 높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규 계약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자 금감원은 유지율 개선 시기를 2015년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

보험은 미래에 발생할 일을 담보로 한 특수한 계약이다. 따라서 보험사들의 주장에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금융업계 민원에서 보험 비중이 가장 크지만 은행 증권사 상품과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본질적인 개선책을 찾기보다 이런저런 사정을 들며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민원의 해결률은 40%를 웃돈다. 또 보험 민원의 30%가량이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가입 당시 충분한 설명만으로도 민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잖아도 실손보험료 인상과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으로 보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눈앞의 어려움을 모면하기보다 신뢰회복으로 중장기적인 성장구조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