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를 못 견뎌 회사를 팔겠다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많다. 차제에 공매도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그의 발언에 뭔가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억측도 많다.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인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있어왔고 관련 논문도 쌓여 있다. 대체적인 결론은 단기 충격은 있지만 주가하락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를 봐도 공매도 영향은 미미하다. 올 들어 공매도 비중 1위인 롯데하이마트(17.99%)와 2위 영원무역(16.45%)은 주가가 떨어지기는커녕 연초 대비 6%, 28%나 올랐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비중은 6.29%로 코스닥 시장에서 1위지만 국내 증시를 통틀어서는 31위에 불과하다. 셀트리온에 이어 코스닥 공매도 비중 2위(4.59%)인 에스에프에이도 올 들어 주가가 30%나 상승했다. 셀트리온 주가가 연초 대비 30%가량 빠진 것을 공매도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56%라는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매출의 상당 부분이 실제 판매가 아니라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로 잡혀 있다. 게다가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셀트리온 계열사들이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빌린 4100억원 중 1800억원의 만기가 올 2분기에 돌아오는 것도 부담이다. 결국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가 약세를 예상하고 공매도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물론 회사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돌고 공매도 세력이 여기에 편승하는 게 경영자로서는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매도 때문에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책임한 일이기도 하다. 주가는 기업경영이 좋아지면 저절로 올라간다. 1조5000억원을 투자해서 사업하는 기업이 5000억~6000억원이나 자사주 매입에 썼다는 서 회장의 말부터가 궁금하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에게 자살을 예고하는 심정”이라고까지 하소연했지만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서 회장의 결사항전적 선언에 궁금증만 더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