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공장 폭발사고가 난 다음날인 지난 15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수를 방문해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 방 장관은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예비 종합대책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단골메뉴 ‘종합대책’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낸 것이다.

정부가 산재와 관련해 종합대책을 언급한 건 지난해부터 손꼽아도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6월에는 고용부가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예방역량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9월 구미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누출 사고가 터지자 12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화학사고 대응주체를 명확히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지난 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구미 염소가스 누출사고 현장과 진도 선박 전복사고 현장에 직접 가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방 장관이 이번에 언급한 대책은 위험 작업에 대한 무분별한 하청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용부 실무책임자는 “각각의 대책은 서로 다른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청관리 강화방안은 지난해 나온 두 번의 대책에도 언급돼 있었다. 또 “작업뿐만 아니라 위험까지 하청업체에 떠넘긴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노동계에 파다했다. 새로운 내용인 듯 갑자기 꺼낼 만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두용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모양이 그럴 듯한 대책들을 끌어모아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대책만 자꾸 내놓는다”며 “효과는 못 보고 땜질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것저것 짜깁기한 종합대책만 자꾸 나오는 것은 현상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를 파악해야 적확한 대책이 나올 수 있지만, 지난해 9월 발생한 구미 불산누출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원인분석 보고서 하나 나온 게 없다. 겉으로는 ‘사고 해결 종합대책’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지율 하락 방지 종합대책’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백화점식 종합대책만 내놓는 구태를 되풀이하는 한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민행복’과 ‘창조경제’는 그림 속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