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전환한 이래 처음으로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평가 결과가 엊그제 발표됐다. DAC는 보고서에서 짧은 기간 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이 개도국들 사이에선 실제 경험에 기초한 개발지식과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출이 2011년 국민총소득(GNI)의 0.12%(1조4700억원)로 23개 DAC 회원국 중 19위에 불과했지만 최근 5년 새 3배로 급증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다만 DAC는 급증하는 원조예산의 효율적 관리와 함께, 원조받는 나라가 한국산 제품·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구속성 원조 비중을 낮추고 조건 없는 원조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정부는 ODA 예산을 올해 2조원에서 2015년 4조원 이상(GNI의 0.25%)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원조 확대를 공약한 터다.

문제는 ODA 규모가 커진 만큼 논란과 잡음도 커진다는 점이다. 정권 교체기를 틈타 ODA를 부처 조직확대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상원조 대신 무상원조를 대폭 늘리라는 주장과, 외교통상부(무상)와 기획재정부(유상)로 나뉜 ODA사업 통합론이다. 하지만 ODA는 공돈이 아닌 국민 혈세다. 퍼주기식 원조를 확대한다고 국가위상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어떤 선진국도 국익과 무관하게 원조하진 않는데 하물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원조와 경제협력을 연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ODA의 성패는 원조받는 나라의 실정에 맞춰 다양한 원조방식을 조합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지난 60년간 무상원조가 집중된 아프리카는 빈곤에 허덕이는 반면 경제개발 플랜 아래 원조를 적절히 활용한 동아시아는 빈곤에서 벗어난 점에 주목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ODA는 유·무상 원조의 통합이 아니라 금융 기술 시스템 등 기능별 원조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개도국의 롤모델인 한국이 ODA에서 선진국 따라하기에 급급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한국형 ODA’로 세계 원조를 주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