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의 한식 세계화 실천법
호기심을 새로운 경험으로 충전하는 여행이야말로 나를 기대감에 부풀게 하는 인생 이벤트다. 필자의 취미생활 중 하나가 식도락인지라 해외여행 가서는 늘 현지 음식을 맛보는 걸 즐겨한다. 페루 마추피추에서 마신 옥수수 막걸리 ‘치자’(막걸리가 우리 고유의 술인 줄 알았는데 너무 놀랍고 반가웠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먹어본 1㎏짜리 티본스테이크, 스페인에서 맛본 해물 넣고 지은 밥 ‘파에야’와 ‘초리소’(순대), 일본의 게 요리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외국 음식을 많이 접할수록 한식이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최고의 요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식의 특장점으로 육·해·공의 다양한 식재료와 더불어 국물 음식과 같은 조리법의 발달, 김치와 된장으로 대표되는 여러 가지 발효음식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필자가 느끼는 또 다른 한식의 특징으로는 화끈한 우리나라 사람의 기질이 잘 반영됐다는 점이다. 첫째는 스피드인데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고기나 찌개 등을 손님 테이블에서 굽거나 끓이는 즉석 요리를 즐기는 곳은 거의 없다. 스테이크를 즐기는 서양에서도 테이블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일은 없다. 테이블 쿠킹은 기껏해야 스위스의 퐁듀 정도이다. 생선회만 해도 일본에서는 보통 잡은 뒤 6시간 이상 숙성시켜 먹지만 한국은 생선을 바로 잡아서 만든 회를 최고로 친다. 우리나라 사람의 ‘빨리빨리’ 기질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겠다.

둘째는 매운 고추이다. 고추는 임진왜란 무렵에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김치를 비롯한 라면, 짬뽕, 떡볶이 등 매운 음식을 특징지워 주는 재료로 자리잡았다. 이 역시 화끈한 우리나라 사람들 성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식이 외국에서 그동안 저평가돼 온 것을 생각하면 최근 불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 노력은 매우 반갑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실천하는 간단한 한식 세계화 요령을 밝히면 첫째 의자가 있는 식당을 가야 한다.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도 방바닥에 앉는 식당은 서양인들에겐 고문에 해당된다. 둘째는 한식은 대개 한꺼번에 나오는데 음식을 천천히 하나씩 시켜야 한다. 고깃집에 가서도 바로 고기를 굽지 말고 먼저 육전이나 파전을 시켜서 물김치며 갖은 나물, 멸치볶음 등과 함께 먹으면 훌륭한 웰빙 애피타이저가 된다. 그 다음엔 갈낙탕을 시켜서 스프처럼 나눠 먹고, 마침내 메인으로 고기를 굽고 식사로는 김치국수나 보리굴비정식을 된장찌개와 함께 먹으면 훌륭한 한식 코스 요리가 완성된다. 고기만 먹는 것보다 돈도 적게 든다. 한식의 특징이 ‘알레그로 비바체’(빠르고 생기 있는 연주)일지라도 ‘안단테’(느린 속도의 연주)로 먹는 것이 소화에도 좋고 한식의 세계화에도 좋은 것이다.

서구일 < 모델로피부과 대표원장 doctorseo@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