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바람직한 정책 전환이다. 대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 만으로는 '고용 없는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어서 더욱 그렇다. 사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이 도를 넘은 상황이고 그 결과가 바로 시간제나 파견제 근로자들에 대한 저임금과 차별대우다. 비정규직 근로조건을 바로잡아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자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대원칙은 생산성이다. 생산성을 넘어서는 임금은 기업을 망하게 할 것이고 생산성을 밑도는 임금은 노동 착취의 다른 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과격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에 종종 반대해왔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는 특혜일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구조화한다. 우리나라 노조는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가졌다고 말하지만 바로 그 전투력으로 만들어 낸 것이 생산성과 무관하게 확대일로였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다.

네덜란드가 1980년대 초반 이른바 '폴더 모델'로 불리는 노사합의를 통해 80만개 이상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정규직 노조의 임금동결 수용이 결정적이었다. 물에 같이 빠져 죽지 않으려면 노 · 사 · 정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다. 고용이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우리 노조들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노동정책과 노조정책을 분리해서 인식하는 것이 마땅하다. 기득권화돼 있는 강성 노조 문제를 그냥 두고서는 그 어떤 생산성 급여체계도 만들어 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