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주도하는 폭로전이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인터넷 폭로전문 사이트 운영자들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 간에 주고받은 극비 외교전문들을 아무런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외부에서는 도저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워낙 예민한 자료까지 포함되다 보니 그야말로 정보공개의 혁명이라고 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한편으로는 이런 정보가 테러단체의 손에 들어갈 경우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들은 대부분 국가차원에서 비밀로 관리돼온 것인 만큼,그 입수 과정에서 해킹이나 간첩죄 같은 범죄행위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이 폭로 내용을 과감하게 보도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그런 결단을 내린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실체가 검증되지 않은 특정 집단의 폭로사태에 주요 언론사들이 이렇게 가세하고 나온 것은,정보공개에서 오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알 권리 충족이라는 공적 이익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핵폭탄 투하에 비유할 만큼 위력이 큰 이번 정보공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알 권리란 도대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인가 새삼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알 권리란 쉽게 말하자면 일반 대중의 들을 권리,읽을 권리,볼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알 권리는 언론 종사자들이 그들의 취재나 보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패로 주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에 명문화되기 이전에 알 권리를 처음 주장하고 나온 것도 미국 어느 통신사의 기자였다고 한다. 물론 최근 들어 알 권리에 기초한 개인의 정보공개 청구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지만,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일반 대중들은 스스로 알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정보 수집능력이 뛰어난 언론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언론이 나서서 알 권리의 범위를 정하다 보니,알 권리와 알려지지 않을 권리가 충돌하는 문제가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언론의 알 권리 주장에 맞서 개인이 명예훼손,프라이버시,초상권과 같은 인격권을 근거로 해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주장할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일어나는 초상권침해 문제가 그런 충돌의 단면을 보여준다. 공인이라는 이유로,죄가 확정되지 않은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얼굴 모습을 그대로 내보낸 것이 종종 시빗거리가 된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여기서 폭로사태가 끝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들은 세계 금융거래 시스템을 마비시킬 새로운 핵폭탄급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검증되지 않은 단체가 주도하는 폭로 정보가 인터넷상에 쏟아져 나오는 이번 사태를 보며,알 권리의 충족이라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한 혼란이 너무 크다고 과연 누가 제동을 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영호 <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 yhm@bk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