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북한을 다 접수하면 중국이 싫어할 테니 좀 떼 줘야…." "이라크 미군 무장 헬기, 카메라를 든 로이터 기자와 시민들을 가차없이 공격…." 이를 두고 신라의 삼국통일 때 고구려 일부를 떼 준 역사가 회자되고,미국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환멸을 심화시켜 종전을 앞당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 문서 중 빙산의 일각에 대한 반향이 이럴지니,전체 공개된 문서로 인한 후폭풍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무차별 공개를 주도한 어샌지와 매닝은 국가라는 빅브라더의 정보 독점이나 거짓 정보로부터 국민은 자유로워야 하니 '영웅'이라는 시각과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리게 하는 만큼 '반역자'라는 시각도 상존하는 실정이다. 불법이나 독재 유지 수단 등이 목적일 경우,국민의 알권리가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야구 경기에서 포수나 투수 간 의사소통 수단인 손이나 몸 동작의 의미가 상대팀에 폭로된다면? 군대에서 암구호가 적군에게 알려진다면? 즉 국익이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인터넷을 통한 폭로는 부당하게 피해를 보더라도 복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그 심각성은 더하다고 할 수 있다. '개똥녀' 사건으로 사이버 테러를 당한 당사자는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인터넷은 광속으로 유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부각된 이슈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라는 공감대도 형성되기 전에 인민재판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을 띠고 있다.

인터넷 이전의 폭로전과 비교해 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예컨대 39년 전 미국의 베트남 전쟁 패배를 촉진한 것은 국무부 문서 유출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당시 미국의 베트남 특파원 다수가 반전 입장을 취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면,그 유통 자체가 일부 기자들에게만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국가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인터넷 유통의 양면성에 비추어,우리 정부나 기업은 잘 대처하고 있는가? 얼마전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을 정부가 설명하는 과정에서,우리 군 전략이나 첨단무기의 일부가 공개됐다. 회사의 핵심 기술이 경쟁사나 해외로 유출돼 그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를 것이라는 뉴스도 접하곤 한다. 내부 사정에 훤한 현직이나 퇴직 직원이 대부분 주범이라는 점에서,그로 인한 손실이나 복구비용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위키리크스 폭로를 계기로,정부나 기업은 과거와는 차별화된 정보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교육훈련 프로그램이나 평가보상제도 등에 정보보호 노력을 반영하고 '규정화'해야 한다. 출입 보안이나 USB 다운 제한 등 기술적인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다각적인 정보보호 노력은 여전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미국 외교문서 정보망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 무려 300만명이나 됐는데도 불구하고 매닝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그것도 '최근에야' 유출됐다.

둘째,'배신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평소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지난 30년간 단기 이익을 추구한 기업보다,SAS처럼 종업원을 최우선시한 기업의 성장률이 훨씬 더 높았고,중국에서 만리장성을 가장 많이 증축한 왕조는 명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삼계라는 내부의 적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셋째,외부인에 대해 보다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 지문인식과 같은 생체 정보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더라도,특히 종업원이 많으면 내 · 외부인을 구별하기 힘들어 '친절히' 열어주는 직원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오재인 <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