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여기로부터 파생된 금융상품에 투자한 글로벌 투자은행을 수렁 속으로 몰아넣더니 급기야는 미국 경제를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속에 빠트렸다.

지난해 3월 모기지 업체 뉴센추리 파산설로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 '서브프라임 악령'은 시간이 흐를수록 '퍼펙트 스톰(초강력 폭풍)'이 돼가면서 세계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미 다우와 일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10% 이상씩 추락했으며 한국 코스피지수와 인도 선섹스지수도 각각 9.36%,6.27% 떨어졌다.

거센 파도 한 가운데 선 씨티나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쟁쟁한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중동 중국 한국 일본 등에 손을 벌려가며 자금을 빌리는 데 혈안이다.

이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상각 규모는 1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총 3800억달러에서 4800억달러에 이를 것'(UBS)이란 분석도 나온다.

채권보증업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 월가 금융시스템마저 삐걱거릴 조짐이다.

1998년 발생했던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는 이번과 비교하면 '잽' 수준에 불과하다.

UC버클리대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10년 전 아시아 위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미 연방정부가 1500억달러의 초대형 세금감면을 준비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큰 폭의 금리인하를 계획하고 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미국발 신용위기는 두 가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하나는 5년간 지속돼온 '자산 버블'의 종언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영국 등 유럽은 이미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섰다.

상대적으로 견조하다지만 이머징마켓의 자산거품도 꺼질 조짐이다.

인도 증시 급락이나 중국 부동산 시장 냉각 등이 대표적 사례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프루던트베어펀드를 운용 중인 데이비드 타이스는 "다우지수가 올 연말 6000포인트 선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서슴지 않는다.

'대중들의 비정상적인 환상과 광기'라는 책으로 유명한 찰스 맥캐이는 "투기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환상과 집단적 광기에 빠질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런 집단적인 미몽에서 깨어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그 긴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둘째는 세계 금융권력의 재편이다.

미국 투자은행들의 힘이 약해진 틈을 이용해 유럽이나 중동 중국 싱가포르 등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도 서브프라임 악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전염'을 막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국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은 34조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부실 규모는 경기가 나빠지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금리나 환율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하나는 역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남의 위기는 나에겐 찬스다.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를 뒤돌아보라.골드만삭스나 론스타 뉴브리지 등 외국 거대자본이 은행과 기업 부실채권,부동산 등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챙겼는가.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전문가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강현철 기획취재부장 hckang@hankyung.com